[논평] 청소년은 누구의 부품도 아니다 교육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아수나로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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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누구의 부품도 아니다

교육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어제 5월 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순차적·단계적 등교수업 방안과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해 이미 여러 번 연기해 온 등교수업을 5월 중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 방안이 감염병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시도 교육감과의 협의,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 조사를 진행하여 검토 결정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 당사자인 학생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어린이날은 나이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고 어린 사람에게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주장하며 만들어졌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이와 같이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적인 과정을 거쳐 등교수업 방안을 결정한 데 대한 유감을 표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협약 당사국이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에게 참여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이며 교육 정책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당사자임은 명백한 사실이며, 교육부가 이를 인정하고 참여권을 보장하려 했다면 방안을 결정하기 전에 마땅히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에 학생들의 의견이 일정 부분 반영되었으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학생의 참여권을 보장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배경에 학생 중 대부분인 청소년을 교육의 주체로 보지 않고 다른 비청소년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는 문제적인 시각이 있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부재하는 것은 청소년의 의견이 아니라 그것을 수렴하는 국가와 교육 당국의 시스템이다. 청소년은 학교와 광장에서 언제나 교육과 정치의 주체로 존재했고, 스쿨미투 고발과 운동을 통해 어른이 대신해주는 안전이 아니라 직접 평등하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싸워 왔다. 이번 등교수업 방안에 대해서도 ‘#학교_가는것은_학생이다’, ‘#우리는_부모의_부품이_아니다’ 와 같은 SNS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이와 같은 결정이 학생들의 참여권과 건강권을 뒤로 한 채 학교의 운영과 대학 진학을 우선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다양한 창구와 수단을 통해 입장을 피력하고 직접 행동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결정을 내린 것은 교육부의 의도적인 외면으로 해석할 수밖에는 없다.

 

어린이날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라, 빼앗긴 존중과 권리를 보장하라 주장하는 날이다. 오늘을 맞아 다시 한번 우리의 안전을 요구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요구를 수렴·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때에야 진정으로 안전할 수 있음을 말한다. 교육부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음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


2020년 5월 5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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