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청소년 빼고, 입시제도만 손봐서, 교육이 바뀌겠는가 - 문재인 정부의 입시제도 공론조사에 대한 입장 (2018.7.11)

아수나로
20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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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청소년 빼고, 입시제도만 손봐서, 교육이 바뀌겠는가

- 문재인 정부의 입시제도 공론조사에 대한 입장


문재인 정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공론화 방식의 조사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하고 있다. 400명 이상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하여, 7월 말까지 조사와 토론을 거쳐서 그 결과를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론조사에서는, 대학입시에서 정시와 수시의 비중, 수능시험의 절대평가/상대평가 여부 등을 쟁점으로 삼아 4개의 안을 마련하여 토론이 이루어진다. 지금껏 입시제도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토론과 공론화가 이루어진 예가 별로 없었기에, 이러한 과정은 일견 진일보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공론조사에 한계가 명백하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입시 문제 대책이라면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교육 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입시 문제는 입시제도만의 문제가 아닌 교육 전반의 문제이다. 또한 교육의 문제는 단지 교육 영역의 개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 교육 문제에는 노동·복지·주거·지역·문화·학문 등의 문제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다. 대학에 가지 않는 것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이 되지 않으면 입시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 출신 학교에 따른 사회적 차별 그리고 생존에 대한 불안이 심각한 현실을 건드리지 않은 채 입시경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비롯하여 학력·학벌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노동자의 권리 확대, 복지 제도와 재분배 시스템의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시험과 대입과 취업에 종속된 학교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한 근본적인 교육 제도 및 문화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입시의 방식만 바꾸어서는 입시에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삶이 나아질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 역시 종합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교육 개혁은 교육부만의 일이 아니라 정부 부처들이 모두 함께 나서야 할 문제로 사회 전반의 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입시경쟁교육 문제에 관해 종합적인 변화의 방향과 단계적 정책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공론조사에서 드러나듯 오직 입시제도의 공정성만을 아젠다로 내세우며 정시와 수시 비중을 조정하는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공론조사 대상으로 올린 안들은 대학입시에 대한 근본적 변화 없이 정시와 수시의 비중 문제나 무엇이 더 공정한 입시이고 선발인지에 대한 논의만 담겨 있다. 이는, 하다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놓았던 구상인 대학평준화와 국공립대 통합 또는 대선 공약집에 담긴 ‘대학 서열화 완화’나 ‘국공립대 공동 운영 체제’와 비교해 보아도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입시 방식에 대한 논의는, 경쟁적인 대학입시 폐지와 학력·학벌 차별 철폐에 대한 종합적이고 폭 넓은 개혁의 그림 속에서 제시되고 논의될 때 유의미하다. 정부가 이러한 변화의 방향과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입시 방식이라는 지엽적이지만 첨예한 문제를 공론조사에 부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교육 정책에 대해 당사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깊이 있게 숙의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교육 개혁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방향 제시와 입장 없이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닌 현재의 당사자다


더군다나 이번 공론조사에서는 시민참여단을 ‘19세 이상’의 시민들 중에서 구성한다. 중고생·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미래세대 토론회’를 6월 말부터 먼저 열어, 그 의견을 참고 사항으로 시민참여단에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작 본 공론조사에서 공론을 형성하고 숙의하는 과정에는 청소년들은 전혀 참여할 수 없는 것이다. 청소년은 미래세대가 아닌 바로 지금 교육 문제의 가장 절실한 당사자인데도 청소년을 부차적 ‘참고 의견’의 자리로 밀어내는 공론조사에 과연 민주적 정당성이 있을 것인가.


이런 모습은 여전히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를 비롯해 정부가 교육 개혁을 바라볼 때, 청소년의 삶과 인권에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청소년의 인권과 교육권을 보장하고 실현하는 과정으로서 적절한지 여부야말로 교육 제도를 평가하고 개혁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변별력’이니 ‘사교육비 절감’이니 ‘계층 이동의 활성화’니 ‘국가 경쟁력 강화’니 ‘기업이 원하는 인재 양성’이니 등의 목적에 중점을 둘 때, 교육은 학생을 도구화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과정이 되고 만다. 따라서 청소년이 교육의 당사자이자 주체의 자리에 설 수 있게 하고 청소년이 느끼는 문제점에 귀 기울이는 것이 교육 개혁의 첫 걸음이어야 한다. 입시제도에 대한 공론조사에서조차 청소년을 평등하게 참여시키지 않는 것은, 그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다. 나아가 대학중심사회와 경쟁교육을 바꾸기 위한 논의에는 대학을 가지 않거나 갈 수 없는 사람들도 참여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의지와 원칙부터 분명히 하라


한국의 교육 제도의 심각한 문제는 수십년간 고쳐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세계 최장 수준의 학습 시간과 부담을 기록하고 있고, UN아동권리위원회가 심각하게 경쟁적인 교육 제도를 개선하라고 반복해서 권고할 만큼 교육 제도 자체가 인권 침해의 과정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경쟁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인 입시와 교육환경 자체를 바꾸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쟁과 차별 속에 청소년의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학교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이 머리를 맞대고, 범 정부적인 계획이 만들어지고 단기적·중장기적 개혁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학입시제도 공론조사 등 문재인 정부가 교육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에서 이와 같이 종합적으로 교육 문제를 풀려는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현재 공론조사에 제시된 4가지 안 중에는, 수능 시험을 절대평가화하는 안은 1가지뿐이다. 절대평가화는 교육적 원칙으로나 경쟁 완화를 위해서나 당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원칙에서조차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설령 공론조사에서 어떤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경쟁교육에 괴로워하는 청소년들의 삶을 바꾸는 결정으로 이어지리라는 기대는 들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론화와 숙의 이전에, 정부의 개혁 의지와 원칙을 분명히 보이는 일이다.

 

 2018년 7월 11일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청소년유니온,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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