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의제강간 연령 상향, 청소년의 성적 권리 보장할 수 있나 - 더 과감한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한다

아수나로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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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강간 연령 상향, 

청소년의 성적 권리 보장할 수 있나

더 과감한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한다


지난 29국회 본회의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형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 따라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었다더불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성매매 대상 아동청소년을 사실상 처벌하는 내용을 개정하는 데 동의한 것을 환영한다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의 구성 요건과 수위가 심각하게 열악해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한 시민의 안전이 매우 침해되어 왔다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국회의 행보를 지지한다.

 

동시에 법률 개정안 통과로 인해 의제 강간 연령은 기존의 13세에서 16세로 상향되었다비청소년이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을 경우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성적 착취로 규정해 처벌하고자 하는 취지다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결정을 통해 청소년의 성에 대한 보호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긍정하고 있다사법부가 성폭행이나 미성년자에 대한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처벌해야 할 행위를 상호 합의한 성관계나 성매매로 판결해 왔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특수한 상황과 행동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오히려 부정적인 낙인을 받아 온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연령 상향과 별개로 사법부는 그동안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가해자 중심적인 판결을 내려왔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의제 강간 연령을 상향하기만 하는 조치로는 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오히려 억압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첫째로 청소년이 원치 않는데 부모에 의해 사법 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의제강간을 비롯한 모든 성폭력 사건은 당사자 뿐 아니라 제 3자가 신고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처벌을 내리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원칙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다하지만 이 원칙과 별개로 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조력자로부터 자신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 받아야 한다때로 피해자는 사법 절차로 인해 1차적 피해 외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며다른 방법의 해결을 바랄 수 있다청소년이 부모의 위력에 의해 피해 고발 및 조사 과정에서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을 방지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로 성인과 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이 더욱 고립되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청소년의 상황과 행동을 부적절하게 평가하는 것은 사법부뿐만이 아니다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청소년의 부모들이 맥락에 관계없이 자녀의 성관계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다이와 같은 가정 분위기는 청소년이 관계 자체를 비밀에 부침으로서 더욱 고립되고 폭력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연령 기준을 주요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기준에 맞춘다고 하나해당 국가들과 한국의 가정 문화와 성문화가 현저히 다른 상황에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수혜를 가져올 것인지 우려된다.

 

셋째로 기존의 강간 및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에 관한 법안들을 보완하거나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급선무다. 10세 아동을 성폭행하고 의제강간으로 3년 징역형을 받아 공분을 산 학원장 성폭행 사건과 같이 폭행협박과 물리적 저항 유무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이미 형법과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각각 만 18또는 연 20세에 이르지 않은 미성년자를 위력에 의해 간음하는 죄를 더 강하게 규율하고 있다의제 강간 연령 상향이 이러한 기존 법안들을 제대로 적용하는 방안과강간죄 개정을 우회하는 비교적 손쉬운 결정은 아닌지 질문하고 싶다.

 

현재 청소년들이 성폭력을 당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로 안내 받는 거의 유일한 지침은 부모교사 등 주위의 어른에게 말하라는 것이다그런데 많은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피해가 두려워 부모를 비롯한 가족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가장 기피한다청소년이 가족과 학교에 알리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알리지 않고 조력을 받거나 스스로 취할 수 있는 행동에 관한 지침은 거의 안내되지 못하고 있다.

 

위계 구조는 선명하지만 그 구조 안에 모든 개인 간의 관계가 포섭될 수는 없다위계를 감안하고 그 격차를 줄이고자 안전망을 준비하는 것과그러한 관계 안에 있는 청소년은 무조건 성착취의 피해자일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르다지금도 비청소년과 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이 관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당사자가 더 많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단지 성관계의 문제뿐만 아니라자신이 관계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청소년의 섹슈얼리티를 억압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청소년은 연애 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위험들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청소년에게는 연령 제한을 통한 보호보다 가족과 학교 외에 자신이 필요할 때 접근할 수 있는 권한과 자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의제 강간 연령을 상향하는 조치로는 청소년의 성적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고 오히려 억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다따라서 우리는 청소년이 성착취로부터 보다 안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다른 조치들을 제안하고 요구한다.

 

1. 미성년자에 대한 위력에 의한 간음죄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로 규율해야 할 사안을 의제강간으로 판단하지 마라.

2. ‘폭행 또는 협박 여부에서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 요건을 개정하라. 

3. 탈가정한 청소년을 더욱 갈 곳이 없게 만드는 찜질방, PC노래방 등의 야간 출입 금지 폐지하라. 

4. 친권자(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는 민법 제915조의 징계권 폐지하라. 

5. 이성 교제를 처벌하는 학칙을 전면 폐지하고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권고하라.

6.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대착오적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지하라. 

7.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부모 동의 없이 단독적으로 사건을 신고할 수 있음과 상담 지원 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지원을 홍보하라.


2020년 5월 8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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