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내 성폭력 문화 끝장내고 평등한 학교 만들자 - 충북여중 스쿨미투 형사 2심 가해교사 감형 판결 규탄한다

아수나로
2020-10-06
조회수 172


[논평학내 성폭력 문화 끝장내고 평등한 학교 만들자

- 충북여중 스쿨미투 형사 2심 가해교사 감형 판결 규탄한다

 

9월 24일 대전고등법원 청주원외재판부에서 충북여중 스쿨미투 형사 2심 선고가 있었다. 2심 재판부는 가해교사 A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감형), 가해교사 B에 대해 벌금 300만원과 취업제한 3(원심 유지)을 선고했다.

 

이는 가해교사 A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보다 훨씬 후퇴한 결정이다충북여중 스쿨미투 1심 판결은 전국 스쿨미투 관련 재판 중 이례적으로 가해교사의 죄질에 합당한 엄중한 처벌을 내린 모범적 사례였다특히 판결에서 학생의 열악한 사회적 지위와 피해자가 겪어야 했던 2차 가해를 고려한 점에서 그 의미는 더 컸다충북여중 학생들은 학교의 은폐 시도교육청의 방관부모의 만류가해교사의 회유·협박일부 주변인의 2차 가해 등으로 인해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크게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투쟁을 전개한 끝에 1심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 당시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학생들의 진술이 허위 진술이라고 주장하다가 2심 재판 시작 이후 돌변한 태도로 반성문을 제출하고 학생들에게 합의금 및 위로금을 제안한 진정성 있는 반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해교사 A의 위선적 행태를 양형 감경 사유로 고려해 감형했다이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학교의 반인권적인 구조와 문화에 저항함으로써 1심 선고를 이끌어낸 학생들의 노력을 2심 재판부가 완전히 짓밟은 것이다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우리는 충북여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서원학원(서원재단)의 모 남학교에서 직위해제된 상태로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가해교사 B가 벌금 300만원과 함께 선고받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 명령’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성폭력 가해교사가 교단에 복귀하면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한다학내 성폭력을 없애고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학생들의 지향과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우리는 해당 교사가 교단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해임·파면 등 조치를 취할 것을 충청북도교육청과 서원재단에 요구한다.

 

충북여중 스쿨미투는 2018년 9월 초 학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충북여중_미투 #충북여중_우리는_멈추지않는다 등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총공을 벌인 것으로 시작되었다해시태그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로 등극하면서 충북여중 스쿨미투는 전국에 알려졌으며학생들은 교내에 페미니즘 및 스쿨미투 관련 문구를 적은 포스트잇을 부착하고 학내 공청회에서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충북여중 학생들은 같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충북여고청주여상 학생들과 연대해 스쿨미투 운동을 이어나갔고재단 내 수많은 전·현직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폭력과 성차별적 발언을 일상적으로 행해왔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충북여중 스쿨미투는 전국 각지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던 학내 성폭력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어 2018년 9월경의 스쿨미투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충북여중 스쿨미투 이전과 이후 수많은 학교에서 고발이 이어졌다청소년들은 학교와 지역에서 학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활동을 펼쳐나갔고전국 각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스쿨미투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이러한 스쿨미투 운동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교사에 의한 성폭력을 공론화한 최초의 사례인 1987년 파주여자종합고등학교 투쟁학내 성폭력과 학생인권 침해를 고발한 학생과 교사에 대한 부당 징계를 철회시킨 2002-2003 용화여자고등학교 투쟁 등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학교를 바꾸기 위한 학생들의 저항의 역사를 이어받아 새로운 학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스쿨미투가 문제삼는 것은 성폭력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차별적 발언성소수자 혐오 발언학생인권 침해청소년에 대한 나이주의적·보호주의적 태도 등 그야말로 여성 청소년을 둘러싼 모든 억압적 요소들 전반이었다그리하여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이 동참한 스쿨미투 운동은 학생인권이 보장되는 성평등한 학교를 향하고 있었다.

 

학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교사에 대한 징벌적 차원의 처벌을 넘어 학교의 구조와 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학교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차별·성폭력 문제는 왜 그동안 이야기될 수 없었는지학생들은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공론화 과정에서 학생들이 익명성이 보장된 SNS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야 한다이는 교사가 학생에게 벌점을 주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학생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문제학교 안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는 성차별·성폭력을 용인하는 문화의 문제용의·복장에 대한 규제가 당연시되고 직·간접적 체벌이 이루어지는 등 학생의 신체와 인격에 대한 존중 없는 환경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학내 성폭력은 학생의 힘으로 종식될 수 있다고 믿는다학생들의 자발적인 스쿨미투 운동이 이루어낸 의미 있는 성과들가해교사 감형에 분노하는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들그리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 안의 성폭력과 학생인권 침해에 저항하겠노라 마음먹는 학생들이 성평등한 학교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학생과 교사의 더 평등한 관계를 상상하고학교 안의 일상적 혐오와 배제에 당당히 맞서고학생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교칙에 저항하자학내 성폭력 문화를 끝장내고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어가자충북여중 학생들과 전국의 스쿨미투 청소년들에게 깊은 연대의 마음을 보내며아수나로는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다

 

2020년 10월 6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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