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해직 교사 특채에 대한 수사 문제, 민주주의 실현 제대로 되지 않은 탓 - 교사 정치적 권리 보장이라는 숙제부터 풀어야

[논평] 해직 교사 특채에 대한 수사 문제, 민주주의 실현 제대로 되지 않은 탓

- 교사 정치적 권리 보장이라는 숙제부터 풀어야 


9월 3일,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또는 부패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기소 요구를 검찰에 전달했다. 지난 4월 감사원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특채) 절차를 문제 삼으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고발했고,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 대상 1호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특채 절차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등이 해직 교사에 대한 채용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진행된 것이다. 그 적절성이나 절차의 문제를 논할 수는 있더라도, 이를 조희연이라는 고위공직자 개인의 비리나 부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공수처는 자신들의 설립 취지와는 거리가 먼 사건을 수사 대상 1호로 정하고 기소 의견까지 전달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교사의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인권 문제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2018년 특채한 해직 교사 5명은 선거운동에 관여했거나 교육감 후보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해고된 케이스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특채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표했던 교육청 인사들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연퇴직한 경우’라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 주장했다고 한다.


만일 교사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언론·표현·결사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던 현행법이 개선되었다면 이러한 법제도로 인해 해직됐던 교사들을 구제하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선 복직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과 교사가 직위를 이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활동을 보장’한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채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된 현실은,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불합리하게 억압하는 우리 사회 현실과 “적폐청산”을 내걸고도 이러한 반민주적·반인권적 법제도의 개선을 추진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한계가 초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교사 특채가 ‘공개·경쟁’식으로 바뀐 경위 역시 살펴봐야 한다. 본래 교육공무원법상 특채는 공개전형으로 이루어지는 신규채용과는 별도의, 말 그대로 특별한 필요성에 의한 채용이다. 이 제도는 종종 민주화운동·교육운동을 하다 탄압으로 해직된 교사나 사립학교 내 분쟁 과정에서 일자리를 떠난 교사 등을 복직시키는 데 활용되곤 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사례들을 두고 직권취소와 법정다툼을 벌이더니, 2016년에는 특채도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전형”으로 하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했다. 잘못된 학교운영이나 정책과 불화하다 해직된 교사들의 피해를 회복할 길을 없애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특채와 같은 우회적 구제 이상으로, 부당하게 해직되는 일이 없도록,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은 경우 복직 등 정당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과제는 교사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보장이라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오랜 숙제를 방치해온 시간에 대해 반성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청소년들이 교사에게 정치적 영향을 받아선 안 되기에 교사도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은 이중의 구속이다. 청소년과 교사 모두의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보장할 때 평등한 관계를 상상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또한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숙제를 풀고,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일자리를 떠난 교사들이 정당하게 구제받고 회복될 수 있게 하기 위한 법제도 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21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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