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내뱉는 말을 되돌아보라구! 누구를 위한 핵 없는 세상인건데? (2014.3.21)

아수나로
20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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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는 말을 되돌아보라구! 누구를 위한 핵 없는 세상인건데?

                                                                         

반핵과 탈핵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여러분께, 질문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유에서 반핵과 탈핵을 주장하고 계신가요? 무슨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냐구요?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더 좁혀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위하여 반핵과 탈핵을 주장하시나요?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매우 익숙한 구호입니다. “알게 모르게 매일 세슘, 플루토늄을 먹고 사는 내 아이와 가족!!” 3월 20일, 녹색 단체들이 주최하는 탈핵 강연의 홍보 문구입니다. 여기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핵 없는 세상’을 외치는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호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아이들’은 ‘여러분’과 함께 핵 없는 세상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누구신가요?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이라는 구호는 아이를 배제한 성인만이 외칠 수 있는 구호입니다.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한 탈핵과 반핵 담론에 그 아이들은 참여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이 스스로를 장애우라 부르지 못하는 것과 같이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이란 문구는 아이,청소년들을 어른들의 탈핵/반핵 담론에 그저 기댈 수밖에 없는 의존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역시 핵 없는 세상을 외칠 수 있고, 있어야 합니다. 반핵과 탈핵을 주장하시는 여러분들 역시 그것을 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반핵과 탈핵을 주장하는 것, 더 많은 사람들이 핵 없는 세상을 곧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탈핵에 대한 강연회를 열고,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이유 아닌가요? 지금, 여기, 여러분과 함께 핵이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여러분이 위하며 보호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여러분과 같은 위치에서 동등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입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왜 계속 ‘아이들을’ 위하려고 하시는 걸까요? ‘핵 없는 세상’을 외치는 분들이 모두 아이와 함께 사는 부모는 아닐텐데,왜 탈핵을 말하는 문구들은 “내 아이와 가족”을 지칭하고 있나요? 저런 수사는 ‘순수하고 보호해야 하는 아이’라는 사회적 편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타인을 위한 운동은 크리스마스에만 높아지는 기부율처럼 반짝 하고 지나가는 시혜와 동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을 대상화하는 것을 멈추십시오. 우리는 ‘여러분’, 즉 ‘어른’들에 의해 보호받거나 대변되기를 거부합니다.


2012년 같은 문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녹색당 사무처장이었던 하승수씨는 위 문구가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 하며 이 표현이 “녹색당 내부에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점을 공유하도록 하겠”다고 공개 답변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2014년인 지금도 녹색당은 계속해서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녹색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녹색’을 외치고 ‘탈핵’을 주장하는 여러 곳에서 우리는 이 같은 구호를 자꾸만 접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과 ‘아이’는 함께 동등한 주체로 포함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핵 없는 세상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2014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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