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소년에 대한 일상적 감시 강화를 중단하라! - 청소년 스마트폰 '유해물' 차단 앱 설치 강제에 대해 (2015.4.19)

아수나로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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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 대한 일상적 감시 강화를 중단하라!
청소년 스마트폰 '유해물' 차단 앱 설치 강제에 대해



4월 16일, 전기통신사업법 및 그 시행령에 의해 청소년은 '유해물 차단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 등의 '유해물'에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만약 청소년이 이 앱들을 삭제하거나 무력화시킬 경우, 매월 부모 등 법정대리인에게 알리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는 "청소년을 유해물로부터 보호한다"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청소년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도구 중 하나인 스마트폰조차 상시적으로 감시받아야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앱에 따라서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및 앱 이용 내역 등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조회, 기록, 유출될 위험성도 있다.

공식적으로 설치 가능한 차단 앱의 예로 열거된 것들 중 대다수는 위치 추적, 보호자에 의한 인터넷 사이트 차단 기능, 앱 이용 제한 기능, 인터넷 접속과 앱 사용 기록을 보호자에게 엿보게 해주는 것 등,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인권침해 기능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 비청소년에게라면 이런 앱을 강제 설치시키는 것이 용납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정 등에서 너무나 많은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시행은 이런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기술적 장치를 보급하는 것을 강제하여, 한국 청소년들의 인권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훌륭한 의도를 가졌다고 해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가며, 신중하게 필요최소한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 유해물 차단 앱 설치 의무화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과연 청소년들의 사생활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와 대책이 있었는가? 강제 설치되는 차단 앱들이 청소년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능들을 함께 탑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기준이나 제한도 두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 스마트폰 차단 앱 설치 강제가 과연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 나온 필요최소한의 정책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의 청소년 '유해물' 심의 제도 전반에도 문제가 많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동성 간의 키스장면이 청소년에게 부적절하다며 경고를 주는 등, 차별적이고 꼰대적인 판단 기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각종 포털에서 피임이나 성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고 알아보려 할 때 성인인증을 거치도록 요구하곤 한다. 또한 청소년 '유해물' 심의 시스템이 그 기준이나 방식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온 일이다. 청소년이 성에 대해 무지한 것이 이상적인 상태인가? 청소년 역시 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스스로 경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라고 하는 기준은 대단히 불분명하며, 때로는 청소년 차별적이다. 청소년을 위해서라며 정보를 차단하고, 일상적 감시와 통제하에 두는 것은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청소년을 무지하고, 무방비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청소년 스마트폰 차단 앱 설치 강제는 오로지 기성세대의 편의와 편견만을 위해 나온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 또한 이 사회 구성원이자 시민의 일부로서 청소년의 입장과 인권 역시 충분히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청소년들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입장만을 대표하고 있지 않은가 되묻는다. 청소년을 '관리 대상'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 청소년 스마트폰 차단 앱들이 청소년의 사생활의 자유, 개인정보권 등을 침해할 수 있는 각종 기능들을 함께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라.
▲ 청소년 스마트폰 차단 앱 설치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고, 청소년의 인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정책을 만들어라.
▲ 청소년 차별적인 청소년유해물 심의 제도 등을 전면 재검토하라.


2015년 4월 19일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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