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청소년을 무시하는 정부는 반성하라 (2015.10.27)

아수나로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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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청소년을 무시하는 정부는 반성하라


또 시작이다, 또. 학생, 교사, 역사학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리는데도, 기어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정부가 정한 1종류로만 만들겠단다. 청소년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모든 걸 자기들 맘대로 가르치겠다는 그 한결 같은 고집, 박근혜 정부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역사교육이 청소년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된다


교육부는 광고했다.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과연 ‘올바른 역사관’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지 의문이다. 역사는 보는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하나의 답이 정해져있지 않고, 금기 없는 의심과 토론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권력자의 입장에 치우치기 쉬우니 약자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니 하나의 ‘올바른’ 교과서를, 그것도 정부에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걱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하여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보여주고 있는 역사관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역사 속의 국가의 과오와 책임과 인권침해문제 등을 더 축소하고 정당화하겠다는 징후를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생각을 교과서 국정화로 청소년들에게 전파하겠다는 그 의도는 매우 구리고도 위험하다. UN이 역사교육에 관해 채택한 보고서에서 밝힌 다음과 같은 지침을 박근혜 정부가 따끔하게 귀담아 듣길 바란다. "역사교육이 애국심 강화, 국가적/민족적 정체성 강화, 공식적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의 지도에 청소년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에 관한 문화적 권리 분야의 특별 조사관의 보고서2013년 8월 9일 유엔총회 A/68/296)


유관순을 들먹이기 부끄럽지도 않은가?


교육부는 이렇게도 광고했다. 검인정교과서에 유관순이 없어 학생들이 유관순을 모른다고. 그러나 이는 매우 뻔뻔하고 몰염치한 일이다.유관순을 비롯하여 그 시대의 많은 청소년들은 역사와 사회의 주인으로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행동하여 함께 삼일운동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유관순을 기억하는 것은 그가 그렇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행동하는 청소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정부는 청소년들을 역사와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있는가? 반대로 청소년들의 입을 막고, 탄압하고, 억누르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지난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청소년들이 붙이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생활지도를 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은 누구였나. 학교에서 세월호에 관련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은 또 누구였나.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소년들이‘미성숙’하다며 술․담배를 규제하듯 학문과 사상과 교육의 자율성도 규제해야 한다는 망언을 내뱉었다. 바로 지금,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1인시위를 하거나 행동에 나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금지하려들고 있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중대한 인권침해이기도 하지만, ‘유관순 정신’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국정화의 구실로 유관순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 부끄럽지도 않은가.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교육을!


우리는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가? 삼일운동에 나섰던 청소년들이 그러했듯이,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며, 오늘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 청소년은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청소년들에게 이런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저런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들만 서로 무성하고, 청소년들이 저런 역사를 배워서는 안 된다고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이야기한다. 가르치면 마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존재로 청소년을 가정하면서, 청소년들이 주인이 되는 역사교육을 만드는 일이나 청소년들이 바로 지금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인권이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일에는 다들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역사교육에 관한 이번 논란을 계기 삼아, 한번 생각해보자. 검인정교과서라고 해서 비판적 학습과 토론과 다양성이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했는지, 이 역시 정부의 통제 속에 있는 거의 획일적인 교육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검인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 두 가지 중에 하나로 가면 되는 것처럼 하지만 말고, 가르치는 대로 배우라고 하지만 말고, 이 답 없는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얘기 좀 해보자. 그저 암기과목이 된 '역사'를 입시에서 해방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암기서 역할밖에 못하는 교과서를 없애는 건 안 될 일인가? 대안이 없다고? 그걸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해서 만들어가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구리고 위험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중단하라. 또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하는 공문과 각종 탄압에 대해서도 즉각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라. 학생들이 교육정책이나 교과서선택 등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라. 국정교과서로 더욱 더 획일화된 역사교육이 아니라, 더욱 더 다양화되고 비판적 토론이 이루어지는 역사교육이 되어야 한다. 어제의 역사와 오늘의 역사가 대화하고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들이 그 주인이 되는 역사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청소년이 지금 여기에서 역사와 사회의 주인으로 인권과 주권을 존중받는 일이 필수적일 것이다.


2015 10 27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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