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어린이 청소년 스마트폰 탄압을 중단하라 (2018.5.15)

어린이 청소년 스마트폰 탄압을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5월 10일부터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는 사람을 칭하는 ‘스몸비’ 현상에 대응한다며 위원회가 제공하고 있는 ‘사이버안심존’ 애플리케이션에 이용자의 걸음이 감지되면 기기가 자동으로 잠기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통계상 청소년이 등교 시간대나 하교 시간대에 스마트폰 사고 관련 교통사고를 많이 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에는 중대한 허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위험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스마트폰을 이용이 안전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한 상황도 존재한다. 지진이나 해일, 폭우 등 자연재해 상황이 대표적이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안전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정보 기기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위험하다’는 단편적인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한다면 긴급 상황에서 오히려 청소년이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보행에 대한 판단 기준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사용되는 기기들 사이에는 성능 차이가 존재하며, 일부 사용자들의 장비가 파손되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보행의 기준으로 5~7걸음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해당 기준만으로는 단말기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엄밀하게 사용자의 보행 상태를 진단할 수는 없다. 여러 사정으로 일부 부품이 파손된 상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술적인 한계 외에도, 이러한 조치들은 헌법 가치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청소년 사회에 해악을 초래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통신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리고 통신의 자유는 보행 중일 때에도 보장되어야 한다.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과 청소년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는 규제의 효용성보다는 국민의 피해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청소년도 외부의 간섭 없이 양심껏 정보 기기를 이용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번 조치를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일방적인 청소년 스마트폰 통제 정책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 당국은 청소년 단체를 비롯한 시민 사회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안심’이라는 핑계로 콘텐츠 검열, 사용 내역 감시 등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감시자들이 감시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제한 없이 통제하고, 정작 주체가 되는 청소년들은 언제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을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정말 ‘안심’되는 상황인가? 여기에서 ‘안심’은 당사자의 안심이 아니라, 감시자 역할을 하는 정부와 부모의 안심일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와 학교 당국이 기만적으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일부 정책들을 협의로 선택적으로 적용하라고 제시하지만, 교육청과 교사, 그리고 학생 간의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학교 현장에서 지역 당국이나 교사가 ‘학교 자율’과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적용하면 학생이 거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 역시 당사자에게 보장된 권리가 아니라, 통제자 역할을 하는 교육 당국에 보장된 권리일 뿐이다.


당사자가 안심해야 ‘진짜 안심’이고, 당사자가 자유로워야 ‘진짜 자율’이다.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보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당사자를 억압하고 기만하는 ‘가짜 안심’과 ‘가짜 자율’을 거부한다. 대한민국 정부와 교육 당국은 ‘스승의 날’이라는 분위기에 취하지 말고, 지금 즉시 어린이와 청소년을 억압하는 스마트폰 무제한 통제 정책을 폐기하라.


2018년 5월 15일 스승의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