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 말해야 한다 - 경기도 학생인권옹호관에게 더 확실하게 학생인권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 (2014.10.31)

아수나로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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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 말해야 한다

- 경기도 학생인권옹호관에게 더 확실하게 학생인권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


얼마 전, 용인의 신봉고등학교에서 작년부터 일어났던 인권침해 사건이 알려졌다. 방송부원들이 방송장비의 결함, 노후화 등이 심각한 것을 교장에게 직접 보고하자 방송부 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것은 월권행위라며 폭언을 일삼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학생들이 집단으로 사퇴서를 내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것은 내란음모’, ‘테러범’ 등의 언어폭력을 행했다. 이 일 이후에도 여전히 교사들은 방송부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방송부 활동에 부당한 제약을 가했으며, 방송부 학생들은 학교를 위해 일하면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대신 구박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올해 피해 학생들은 이런 인권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도 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에게 구제 신청을 냈다. 옹호관은 조사 뒤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언어폭력 등 인권침해가 있었지만 교사들이 인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나 목적을 갖고 한 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학생과 교사가 화해하고 풀어나가라." 인권침해가 있었지만, 가해자의 의도가 인권을 침해하려는 게 아니었다? 이 얼마나 '설득력 없는 설득'인가? 가해자가 "나는 인권을 침해하려는 의도로 한 것이다."라고 말해야 된단 말인가? 가해자가 선의를 가지고 했든, 악의를 가지고 했든, 언어폭력과 자치활동 침해, 반성문 강요 등의 행위가 있었다면 그것은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인권침해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당했을 때, 이에 관해 조사하고 구제하기 위한 기구이다. 그 역할은 그 이름 그대로 학생인권을 옹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결코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중재하는 역할이 아니다. 만일 옹호관이 학생인권의 편을 들어주며 학생인권을 지키는 일을 하지는 않고,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확실히 말하지 않는다면 적절치 못한 일이다. 인권침해가 일어났을 때 그것이 인권침해라고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인권구제기구가 해야 할 첫 번째 소임이며, 인권구제기구의 조치가 힘을 가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화해와 해결도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옹호관은 신봉고 사건에서 명백한 인권침해들을 두고도 가해자의 의도와 목적이라는 매우 의심스러운 근거를 들면서 그것을 인권침해라고 확실히 규정하는 것을 주저했다. 문제점은 있었고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도 학교가 해야 하는데 인권침해인지 아닌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결정문을 읽다보면, 마치 인권침해라고 해서 학교의 잘못을 명확히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은 인상마저 받는다. 피해 학생들은 참고 참다가 더 참을 수도 없고 대화로 해결할 수도 없어서 일이 커지는 부담을 무릅쓰고 구제를 신청한 것인데도 인권옹호관은 피해자의 요구를 왜곡하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러한 권고에 과연 얼마나 힘이 실릴 수 있겠는가?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분명히 말해주지 않는 옹호관을 보고 과연 학생들이 인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이미 경기도 학생들은 명백한 학생인권 침해 사안에 대해 교육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최근의 실태조사에서도 그렇고 수집된 각종 사례를 살펴봐도 지금도 수많은 학교 곳곳에서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인권침해에 대해 학생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이미 교육청의 민원이나 옹호관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거나 오히려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옹호관의 이번 신봉고 사건 처리는 이런 불신이 정확한 것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의 인권을 지키는 일을 하라고 만든 자리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학생인권옹호관을 민간에서 옴부즈맨 형태로 뽑는 것은 교육청 내부의 논리나 학교 편을 들지 않고 학생인권의 원칙과 관점을 확실하게 지키라는 취지이다. 최근의 이런 사건을 보면, 현재 옹호관들이 연임하여 업무를 수행하면서 또 하나의 교육청 내부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한편으로 든다. 옹호관이 학생인권의 편에 서서 인권침해를 인권침해라고 말하기를 주저한다면, 기초적인 신뢰를 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도 학생들 역시 몇 안 되는 기댈 곳 중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경기도의 학생인권옹호관들과 교육청 관련 공무원들부터 학생인권에 대해 더 철저하게 공부하고 학생인권의 원칙을 지키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학생인권옹호관이 신봉고 사건에 대한 더 '인권친화적'인 조치를 다시 한번 강구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신봉고등학교 역시 인권침해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사과 조치와 방송부 자치 활동 보장 등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31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수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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