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청소년이 이용한다고... "룸카페 벌컥"?! -청소년의 룸카페 이용에 대한 낙인찍기식 언론보도에 우려를 표한다 (2016.10.1)

청소년이 이용한다고... "룸카페 벌컥"?!

-청소년의 룸카페 이용에 대한 낙인찍기식 언론보도에 우려를 표한다


최근 MBN뉴스에서 청소년들의 ‘룸카페’ 이용실태를 보도한다는 명목으로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던 룸카페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안에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화면으로 내보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장면은 룸카페에서 ‘남녀 학생들이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보도되었다. 해당 장면이 연출된 것인지, 혹은 정말 기자가 이용자의 허락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비청소년이었다면,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사적 공간으로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동의도 없이 열고 들어가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무례한 취재 방식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의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는 조항에 부합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러나 MBN뉴스처럼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는 룸카페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취재하지는 않았더라도, 여러 언론에서 룸카페가 청소년의 ‘탈선’ 장소라는 식으로 보도를 꾸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 탈선 조장 '룸카페' 우후죽순”, “밀실에서 뭐든지?” 등으로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붙여가며 말이다.


룸카페는 칸막이 등으로 공간분리가 되어 있고 문을 잠글 수 없는-혹은 문 대신 커튼이 달려 있기도 하다-여러 개의 룸들이 설치된, 1-4인 정도가 룸 안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게 꾸며놓은 공간이다. 비단 청소년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룸카페를 이용한다. 연애상대와 스킨십을 하고 싶을 때 남들 시선을 가려 줄 칸막이가 있는 공간이 필요해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편하게 앉거나 드러누워 수다를 떨고 싶을 때 가기도 한다. 대다수 룸카페에 영화 관람이 가능한 TV, Wii 와 같은 게임기, 보드게임 용품 등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이용할 목적으로 가기도 하며, 때로는 잠깐 낮잠을 자고 싶어서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청소년들이 룸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대단한 ‘탈선’인 양 보도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부도덕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만 13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칸막이로 가려진 룸카페에서 서로의 동의하에 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하면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지만, 룸카페에서 남들이 들리게끔 성적인 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공연음란죄 적용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사생활을 지키고자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공간을 찾아 룸카페에 와서 스킨십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들이 친밀감을 나누고 있던 방의 문을 마음대로 열어 전 국민에게 공개한 것은 언론이다. 왜 어른의 얼굴을 한 사회와 언론은 청소년의 성(性)을 탈선으로, 비행으로 낙인찍고야 마는 것일까? 성적 권리와 성적자기결정권은 인권이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연애와 성은 삶을 삶답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일도 아닌데 청소년들이 룸카페에서 상호 동의하에 스킨십을 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왜 언론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라고 떠들고 있는 언론의 행태를 보자면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라고 지목받았던 멀티방은 2012년에, 비디오방은 1999년에 청소년의 출입이 불가해졌다. 200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지금의 20대들은 멀티방에서 데이트를 했고 당시의 언론은 멀티방이 청소년의 탈선 장소라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 청소년이었던 지금의 3-40대들은 비디오방에서 데이트를 했으며 당시의 언론은 비디오방이야말로 청소년의 탈선 장소라고 보도했다. 당시의 언론 기사들을 찾아보면 비디오방에서 멀티방으로, 그리고 룸카페로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 보도하는 방식이나 기사의 논조는 놀랍도록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은 어른의 감시 없는 사생활을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여기는 인식, 청소년의 성적 실천을 사회가 통제해야 한다는 믿음이 수십 년째 이와 같은 언론보도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많은 청소년들은 ‘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니’라고 느끼곤 한다. 자기만의 방이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부모가 언제든지 동의 없이 들어올 수 있으며, 집에 머무는 동안 입시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등으로 감시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성인 친구는 아예 집에 초대할 수조차 없는 청소년들도 많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사생활이 필요할 때면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찾는데, 모텔도 비디오·DVD방도 멀티방도 출입금지당한 청소년에게 룸카페의 룸(room)은 잠시나마 자기만의 방이 되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탈선하려고 룸카페에 온 청소년들’을 보도하고자 의도하는 언론은 이들이 왜 이 공간을 찾는지에 대해서 진정 알려고 하지 않는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는, 피상적이고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2016.10.01.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본 논평에서 다룬 보도의 내용은 MBN뉴스의 “밀실에서 뭐든지?…'룸카페' 청소년 탈선 온상” 2016.09.20.자 기사 참조.

*탈가정청소년인터뷰프로젝트가 쓴 <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니야> 제목에서 표현을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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