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진주외고 사건은 왜곡된 학교교육의 폭력이 낳은 죽음이다. (2014.04.16)

아수나로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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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외고 사건은 왜곡된 학교교육의 폭력이 낳은 죽음이다


진주외국어고등학교에서 동급생 간 폭행으로 학생 1명이 사망한 지 11일만에 선·후배간 폭행으로 또다시 학생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이 일파만파 커지자 교육당국은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학교폭력(정확하게는 학생간 폭력) 문제는 단순히 학생과 학생 사이의 폭력문제로 국한하여 다뤄져서는 안된다. 학생간 폭력은 현상일 뿐이며 그 근본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학교라는 공간이 가진 폭력성이 드러난 사건이다. 현재 학교는 학교당국과 교사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차별과 통제, 그리고 갈등과 억압이 넘쳐나는 폭력적인 공간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행하는 일상화된 차별과 폭행, 폭언, 그리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폭력적인 학교 문화는 공동체 구성원 내의 다양한 갈등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익숙하게 만든다. 이것이 학내폭력 추방 캠페인만으로 학교 내 폭력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이번 사건이 일어난 진주외고의 경우 법으로 금지한 폭력적 체벌이 '교육벌(교사가 학생 훈육의 목적을 가지고 학생에게 일정한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이라는 이름으로 생활규칙에 버젓이 명시되어 있는 등 학생인권이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폭력이 ‘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환경이라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과 같이 비극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학교 공동체 내에서 서로간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폭력에 노출된 경험은 개인의 폭력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체벌이든, 폭언이든, 왕따든 폭력이 인정되고 용납되는 분위기는 끊임없이 폭력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한 진주외고에 시급히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경남교육청이 반대해서 부결되었던 학생인권조례를 지금이라도 당장 제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선배와 후배 사이에, 학생과 학생 사이에 위계질서와 차별이 사라져야 이로 인해 등장하는 폭력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입시와 경쟁,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교육방식은 또다른 차별과 배제, 폭력을 양산하는 중요한 고리이다. 학교가 학생들을 줄세우고, 배제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로서 존중받고,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구성원 간의 차별과 권위적 위계를 없애야 학교 폭력 문제는 줄어들 수 있다.


교육당국은 진주외고 사건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항상 이런 문제들이 벌어지면 교육당국에 감사를 청구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학교폭력을 막는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할 것을 제기한다.


하지만 진주외국어고등학교가 지난해 학교폭력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장관상을 받은 것이라든지, 2013년 학교폭력 피해자가 한 명도 없는 학교로 나타났다는 점은 평소 교육당국의 허술하고 무능한 교육행정을 반영한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보여주기식 감사, 형식적 매뉴얼 시행,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하는 해결방식은 대단히 일회성이 짙은 방안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감시감독 해야할 경남도교육청의 문제도 있다. 진주외고에서 교장까지 지냈던 고영진이 교육감으로 있는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진주외고 이사장은 학생이 사망한 다음날에도 남편인 고영진 경남교육감의 선거운동을 위해 행사장에 나갔다고 한다. 학생의 죽음보다 개인의 입신양명이 더 중요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학교법인을 통해 권력을 누려왔던 이사장은 책임을 진다는 말 한마디로 아름답게 사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치열한 경쟁교육과 반인권적인 학교 실태에서 신음하고 죽어가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동안 사회가 보여준 폭력을 답습하거나 자신의 몸을 벼랑 끝에 던지는 일밖에 없다.



진주외국어고등학교의 사건은 단순히 진주에 있는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시사하는 바가 큰 사건이다.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학교가 학생에게 가한 여러 가지 폭력으로 인해 내재되어 있는 학생들의 분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가 드러나면 표면적인 폭력만 대두될 뿐, 학교가 학생에게 가하는 야간 강제야간 자율학습이나 1등부터 꼴찌가지 만드는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차별교육에 대해서는 언론과 교육당국은 무신경하고 오히려 대단히 뻔뻔할 정도로 침묵한다. 진주외고에서 벌어진 가슴아픈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과 학교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학력 향상을 최고의 기치로 부르짖으며 자율형 사립고 확대, 2014년 고입 연합고사 부활 등 학생들을 경쟁교육으로 내몰면서도 경남학생인권조례는 무산시킨 경상남도 교육청과 고영진교육감은 이번 사건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기응변이 아닌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4년 4월 16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창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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