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충북여중 스쿨미투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

아수나로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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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여중 스쿨미투 가해교사 감형해준
대전고법 청주지원 2심 재판부 규탄한다

-가해교사는 절대 교단에 복귀해서는 안 된다


올해 2월 충북여중 스쿨미투 1심 재판에서 2명의 가해교사가 각각 징역 3년과 법정구속, 벌금 300만원과 취업제한 3년을 선고받았다. 충북여중 학생들은 학교의 은폐 시도, 교육청의 방관, 부모님의 만류, 가해교사의 회유·협박, 주변인의 2차 가해 등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의미있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1심 재판부는 스쿨미투 관련 재판 중 드물게 가해교사에 대한 합당한 형량을 선고하여 전국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2명의 가해교사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이후 충북여중 스쿨미투 2심이 시작되었다.

  올해 5월에 있었던 2심 첫 공판날 우리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내 성폭력 문제에 분노하는 시민 1천여 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우리는 학내 성폭력이 단순히 가해교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재단과 학교, 교육청에 의해 구조적으로 은폐되고 방치되어온 문제임을 밝혔다. 또 학교를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학생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2심 재판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오늘 2심 재판부가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두 명의 가해교사에게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원심 파기)’, ‘벌금 300만원과 취업제한 3년(원심 유지)’을 선고해 가해교사 한 명에 대해 1심보다 감형함으로써 가해교사의 죄질에 비해 약한 형량을 선고했다. 이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학교의 은폐 시도에 저항함으로써 1심 선고를 이끌어낸 학생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바람을 2심 재판부가 완전히 짓밟은 것이다.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이같은 재판부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문제는 더 있다. 현재 두 명의 가해교사 중 한 명은 명예퇴직한 상태지만, 나머지 한 명은 여전히 충북여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서원학원(서원재단)의 모 남학교에서 직위해제된 상태로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해당 교사가 벌금 300만원과 함께 선고받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3년 취업제한 명령’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사립학교 교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사립학교법에 따라 당연퇴직되지만, 벌금형의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 가해교사가 교단에 복귀하면 성폭력을 저질러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한다. 학내 성폭력을 없애고 안전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고자 했던 충북여중 학생들의 노력이 향했던 방향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해당 교사가 교단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해임·파면 등 조치를 취할 것을 교육청과 서원재단에 요구한다. 

  스쿨미투는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여성 청소년 스스로 고발하여 공론화의 주체가 된 사회운동이다. 스쿨미투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학내 성폭력에 학생들 스스로 저항한 사건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1987년 파주여자종합고등학교 투쟁, 2002-2003년 용화여자고등학교 투쟁 등 학생들은 지난 수십년간 학내 성폭력과 학생인권 침해에 꾸준히 저항해왔다. 이것은 학내 성폭력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 개인적 차원이 아닌 구조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방치되어온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충북여중에서 발생한 교사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학생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교사가 위력을 이용해 학생을 성희롱·성추행한 전형적인 성범죄다. 범법행위를 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며, 그 처벌은 이 사회에서 같은 문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기도 하다.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범죄의 경우 대다수의 시민들이 법의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여중 학생들은 은폐하려는 학교와 방관하는 교육청, 스쿨미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주변인들의 2차 가해, 가해교사의 회유와 협박 등 직·간접적으로 심리적인 압박을 크게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법정 투쟁을 전개했다. 1심 판결은 학생들의 이런 노력을 통해 받아낸 결과였다.

  1심 당시 검사가 두 명의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3년과 법정구속, 벌금 300만원과 취업제한 3년을 구형할 때 가해교사는 스쿨미투가 조작된 것이고, 증인으로 나온 학생들의 진술은 허위 진술이며 ‘인륜을 파괴하고 선생님을 매도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사의 구형대로 1심 형이 확정되고 가해교사측의 항소로 2심이 시작되자 가해교사는 태도가 돌변하여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거나 피해학생들에게 합의금 및 위로금을 제안하는 등 위선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은 2018년 충북여중 스쿨미투 운동 당시와 이후 1심 재판 과정 중에 범행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를 가해교사에게 충분히 주었다. 하지만 가해교사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학생들의 진술을 거짓이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심에서 돌변한 태도로 반성하는 척 해도 더 이상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런 가해교사의 위선적 행태를 양형 감경 사유로 고려해 감형했다. 사법으로 정의를 실현해야 할 재판부가 말도 안 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충북여중 2심 선고가 단지 가해교사 개인에 대한 징벌적 차원을 넘어,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성평등한 충북교육을 만들어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징벌적 차원의 처벌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러한 2심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반드시 가해교사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주어지도록 하고, 학교의 구조와 문화를 바꿔낼 것이다. 후퇴한 판결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충북여중 학생들과 시민들이 앞으로 걸어갈 길은 불안과 폭력으로 점철된 학교현장을 인권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꿔가는 길이 될 것이다. 충북지역의 시민들은 가해교사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주어지도록 후속 대응을 논의하고 교육청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도록 계속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2020년 9월 24일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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