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맞을 짓은 없다!" 민법 징계권 삭제 촉구 기자회견

아수나로
2020-10-07
조회수 2296



[기자회견문]


지난 8월 4일, 법무부가 민법의 자녀 징계권을 전면 삭제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작년에도 법무부는 민법의 징계권을 삭제하겠다고 표명했으나 철회했다. 올해 계속해서 발생하는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단서 조항 없이 징계권을 삭제한 개정안을 예고한 법무부의 행보를 환영한다.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이자 부모 마음대로 그 처우를 결정할 수 있는 귀속의 대상으로 보는 민법의 징계권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개정안이 발의되기 일주일 전, 서울 강동구에서는 친모가 10살 아들을 길거리에서 학대하고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여성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훈육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진술하였고, 경찰 역시 여성의 진술을 받아들여 구속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2018년, 대전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머리를 밀쳐 책상에 눈 모서리를 찧게 한 학대 사건으로 기소되었지만, 법원은 피해자를 훈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훈육이라는 핑계로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 부모의 정당한 권한인 것처럼 승인되고 있다. 2015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신설되었지만, 민법에 남아 있는 징계권이 아동 학대 사건을 처벌하지 않는 핑계가 되어 왔다. 이를 방조하고 있는 국가는 폭력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 학대 사건을 충격적이라고 말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고통을 주어서라도 아이의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고 여기는 문화는 가정 내에 만연하다. 2018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진행한 ‘체벌거부선언’에 참여한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체벌이 자신의 존엄성을 훼손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체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강자에 대한 두려움을 내재화하고 폭력에 굴종하는 법뿐이다.


이제는 국회에서 체벌이 부모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 1979년,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한 스웨덴에서는 당시 국민의 70%가 반대할 만큼 저항이 컸으나 법을 통과시키고 나서 체벌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었다. 국회는 체벌에 우호적인 여론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체벌의 문제성을 국민들에게 알려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민법 915조 징계권 삭제는 이 사회에서 체벌과 학대를 겪어온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에게 국가가 응답하는 일이다. 국가는 어린이 청소년의 고통에 응답하라. 아동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해온 징계라는 단어를 민법에서 삭제하라.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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