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분기 소식지 - 활동가 인터뷰] "앞으로는 아수나로 활동에 대해 이렇게 길게 말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기분이 든다." 이글님 인터뷰

아수나로

이번 계간 소식지의 활동가 인터뷰는 지금은 휴면된 진주지부의 이글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금 이글님은 아수나로가 아닌 진주 내에 있는 시민단체에서 상근을 하고 계신데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아수나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이글님의 길고 긴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일반회원으로서, 또 아수나로의 후원자로서 이글님과 계속 인연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 진행/편집 : 치이즈



사진 설명 : 이글 활동가가 '세월호 진상규명' 이라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고 시민들에게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는 문재인 대통령입니다'라 적힌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사진 이글 제공



아수나로에 가입해서 상근활동가를 하시기도 하고, 오래 진주지부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간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

 

진주지부는 2017년 9월 30일에 만들어져서 얼마 전에 휴면했다. 초반에는 열의에 차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2018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진주 지역 내 학생인권 실태조사도 했고, ‘청소년, 섹스를 말하다’ 와 같은 행사도 했다. 실태조사 같은 경우, 진주에서 300명 가까이 응답을 받아 2018년 10월에 발표했었다. 실태 조사를 발표하면서 경남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당일날 보수단체들이 경남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다고 피켓을 들고 모여 있었다. 한 50명 정도가 반대 집회를 하고 있어서 경찰을 불렀다. 우리는 옆에서 계속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찰이 마이크를 뺏으려 했던 기억이 난다.

 

< 2018 진주지역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 요약 >

 

- 총 275명 조사 참여, 진주지역 26개 중, 고등학교 재학생(혹은 최근 1년 이내에 자퇴)으로 구성.

- 체벌과 모욕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음.

- ‘학생다움’을 강요하는 두발복장규제 또한 여전히 남아있음.

- 그 외의 학교 생활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또한 여전히 높은 비율로 존재함.

- 학교는 여전히 학생들이 문제제기 하기조차 힘든 환경임.

- 여전히 심각한 학생인권침해, 이를 끝내기 위한 경남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이 시급함.

 

<청소년, 섹스를 말하다 웹자보>


18년에 (서울에서는 선거연령 하향을 위해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는데), 진주지부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버스를 타고 서울에 연대 방문을 갔다. 진주에서 40명 모으는 게 쉽지 않은데 열심히 사람들을 모았고, 버스를 대여하는 실무 등을 했었다.


진주의 청소년신문인 ‘필통’에 (진주지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회원들이 글을 쓰면 진주지부에서 같이 검토했었는데) 늘해랑님이 쓰셨던 교사와 학생 권력 관계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 진주지부 회원 중에 학교에서 ‘인간적으로’ 라는 인권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던 회원들이 있었는데 그 활동에 대해서도 글을 썼었다. 경남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조례만드는청소년 활동을 하느라) 진주지부 활동은 거의 하지 못했다. 이후 2020년 총선 때 투표소 앞 시위 활동도 했었고, 신입회원이 2명 들어와서 잘 해보려고 했는데 흐지부지됐다.

 

다른 학생들을 도와 학생 인권 침해에 맞서다

 

개인적으로 여러 학교들에서 이루어지는 학내 대응에 함께 하기도 했다. 17년 여름에 내서여고 학생들과 함께 활동을 했고, 이후에 성지여고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었다. 학생들을 만나서 어떻게 학교 안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를 바꿀지 이야기했다. 언론에 학교 문제를 함께 제보하고, 학교에 어떤 요구를 할지 대자보를 썼다. 주말에 가서 학생들과 같이 대자보를 썼는데, 대자보를 내 글씨로 써서 인터넷 기사 댓글로 누군가 ‘저건 남자 글씨체다’라고 했을 때 뜨끔하기도 했다.


내서여고에서 학생 인권 문제를 고발했던 사람들은 학교 안에서 괴롭힘을 당했었다. 특히 학생회를 했던 학생들이 고발했던 학생들을 괴롭혔다. 그 때문에 학교에 찾아가 교감을 만나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재학생도 아닌데) 내가 왜 교감을 만났나 싶기는 한데.


내서여고는 마산에 있는데 그 주변에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 있고, 풀뿌리운동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이었다면 그런 단체들에 도움을 구하거나 장소를 빌릴 수도 있었을 텐데 활동한 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그 때는 그런 것들을 전혀 몰랐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주말에 어디서 만날지 고민하다가 (시민단체들의 공간 대신에) 성당을 빌리기도 했다.

 

“학교에 있을 때 잘 싸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돌이켜보면 학교 내에서 싸우는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싶어 했던 게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과 섞여 있어서 위험했던 것 같다. 재학생과 외부인은 (문제를 대하는 상황이) 다른데, 그게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될지 몰라도 마음으로는 안 되서 이게 내 싸움 같고 그랬다. 고발했던 사람들이 학교라는 사회에서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학내 대응 활동과 연관이 있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내가 가진 전략대로 하자고 했던 게 말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건데, 이기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컸다.


고등학교에서 (인권 침해에 맞서) 싸우다가 지고 강제로 전학을 당했다. 전학을 당할 쯤에야 이게 같이 싸워야 한다는 것, 사람들을 모아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잘 싸워보지 못한)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학교 안에서 싸움을 추동하는 역할, 그리고 청소년운동에서 학내 운동을 성공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내에서 집단적으로 봉기를 일으키는 상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같이 대응했던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더 하고 싶지 않게 됐다. 학내 대응을 하는 일이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원을 한다고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확신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 때 마침 경남 학생인권조례 의제가 다가오기도 했다.

 

아수나로 상근활동가로서의 경험

 

활동한지 10개월 쯤 되서 2018년에 상근 활동을 했다. 


단편적인 기억들이 많아 설명을 하기 어렵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 않나. 회칙과 내규를 바꾸고, 체제를 개편하는 데에 꽂혀 있었는데, 단체 차원에서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재밌는 사업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사실 체제 개편에 대한 건 소수의 사람들만 말할 수 있는 문제지 않나. 회칙이나 운영을 잘 아는 활동회원들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인데 매번 전체 회의 때마다 그런 안건을 가지고 왔던 게 잘 한 것이었나 싶다.


상근활동가에게 너무 많은 책임이 있고, 체계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회원들과 함께 일한다는 느낌이 없어서 운영위원회나 사무국을 만들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구조가 안정적인 것 같기도 하다.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상근활동가가 되었을 때 성장하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회원들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논의에 참여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상근활동가가 되면 그런 논의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다. 내가 상근활동을 할 때만 해도 총회에 30명 넘게 왔었는데 지금은 훨씬 적으니까 별로 와 닿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상근 활동을 하면서 단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게 되었다. 조직 개편 같은 결정들을 해 볼 수 있었던 건 활동가로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개편은 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주기도 했고.

 


지금은 아수나로 활동을 그만두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지금은 ‘진주같이’라는 단체에서 혼자 상근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지가 설명이 어려운데 진주에서 지역 정당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고, 지역 내 진보적인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고 해야 하나.


아수나로를 그만두고 피부가 좋아졌다. (웃음)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주말이 쉬는 날이 되니까. 활동할 때는 주말에 항상 행사가 있는데, 또 평일에 쉬지도 못한다. 피부가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수나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관리를 하면서 활동을 하시면 좋겠다. 어떻게 먹고 살지 생각도 하시면서. 그리고 활동을 열심히 보다는 재밌게 하시면 좋겠다.

지금 아수나로를 후원하고 있는데 1년마다 5000원씩 늘려서 최대 후원자가 되려 한다. 

 

오늘 인터뷰의 소감을 말해달라.

 

재밌었다.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생각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말하고 나니 뭔가 허무한 것 같기도 한데. 앞으로는 아수나로 활동에 대해 이렇게 길게 말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기분이 든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