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연속 기고 ① 학교폭력,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이야기

서경(밀루)
2021-04-04
조회수 33

학교폭력 연속 기고 ① 학교폭력 폭로, 왜 그때 해결하지 못했을까?

 

서경

 

학교폭력이 뜨거운 감자다. 연일 유명인의 학교폭력 전적이 폭로되고 프로그램 하차, 광고 중단 등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지금 폭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들은 대개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로, 2011년 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한 여러 대책이 현장에 쏟아지던 시기에 중·고등학교에 다녔던 이들이다. 나도 당시 중학교를 다니던 사람으로서, 지금 일어나는 폭로들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달라진 학교폭력의 양상… 왜 그때 해결하지 못했을까

 

요즘의 폭로 양상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자연히 금품갈취와 구타를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2011년의 대구 사건도 심각한 폭행과 갈취가 지속적으로 있었음이 드러나 전국적 공분을 샀다. 하지만 지금 폭로되는 사건들은 대개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정확히 언제 누구로부터 발생한 가해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고통이다. 비합리적인 이유로 전화를 걸어 화를 냈다거나, 치욕스러운 별명으로 불렀다던가, 다른 학생들과 둘러싸고 비웃었다던가, 페이스북에 저격글을 올렸다던가 하는 일들로 당시에 학교에서 그 학생을 고발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공감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피해자는 우연히 가해자 중 한 명이 유명해지자 비로소 복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폭로라는 그 방식은 그 피해자에게도 ‘너는 떳떳하느냐’는 비난과 명예훼손 고소 등으로 돌아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하고 싶은 점은, 이 사건에 대한 청소년·청년들의 반응이다. 학교폭력을 판단해 온 기존의 잣대로 봤을 때 애매하고 사소해 보이는 폭로 내용을 꽤 많은 사람들이 ‘찰떡같이’ 알아먹고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있다. 이는 인권 의식이 대중화되면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정서적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할 테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이 유효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는 애’라는 빗나간 표적

 

먼저 사회 통념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에게만 금지되어 있거나 그런 것처럼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것인 ‘비행’과 처벌받아야 할 ‘범죄’, ‘폭력’을 구분하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 폭로되는 ‘일진설’에 미성년자의 나이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는 의혹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는 청소년보호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청소년의 음주나 흡연 자체는 범법 행위가 아니다. 남을 위협하는 행위로 이어졌을 거라는 개연성도 부족하다. 때로는 그러한 편견이 청소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과 한 달 전에도 광주에서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이 흡연한 학생에게 담배 4~5개피를 억지로 입에 물리고 피우게 하는 등 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통념을 바탕으로 학교에서는 소위 ‘노는 학생’이라는 전형적인 가해자상을 상정하고 찍어내는 방식으로 예방, 대처하려 한다.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1학년 1학기마다 학생들을 강하게 통제하면서 거기에 반항하는 ‘문제아’를 여러 트집을 잡아 선도위에 회부시켜 강제로 전학시키곤 한다는 것은 여러 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다.

 

피해·가해 학생이 스스로 변호할 수단, 가정 외에 사실상 없어

 

정책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중대한 사건에는 엄정 대처하고, 그 외에는 진정한 반성과 관계 회복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한다. 언뜻 보면 합리적이지만 현장에서는 어떨까?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한두 학생을 주 가해자로 지목해 강제전학 등 강한 처벌을 내린다. 2020년, 교육부에서는 가해 학생을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1)

학생의 가정 배경에 따라 사안의 중대성과 징계 정도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학교폭력위원회에서 학생이 보호자 외에 스스로 변호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고 징계 기준이 명확치 않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아니냐는 의심이 가시지 못하고 있다. 특히 피해 학생이 시설 거주 아동·장애인·성소수자·페미니스트 등이라는 이유로 교사들 사이에서도 지지받지 못할 때 마땅한 대책 없이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는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피해 학생의 성격 탓이라며 도리어 비난받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곪은 상처가 지금 청년·청소년들의 연예인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의 언어로 학교폭력을 말할 차례

 

예방 정책은 대개 학생에게 무언가 가르치고 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 ‘올바른 게임 이용 교육’, ‘스포츠 클럽’,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아나운서 선생님 프로그램’ 등 현실에서 한참 빗나간 내용들이 눈에 띈다. 매해 똑같은 영상, 뻔한 내용으로 반복되는 일방적 강의에 학생들은 차라리 잠을 청한다. 그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에서도 당사자로 대우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것이다.

‘장애 이해 교육’, ‘다문화 이해 교육’으로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해소할 수는 없다. CCTV 설치 확대는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일어나는 무시와 따돌림에는 속수무책인 반면 수치로 성과를 남기기는 쉬운 대책이다. Wee 클래스 역시 상담의 질과 상담 내용 누설 등의 문제로 학생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2011년 사건 이후 학교를 살아낸 청소년·청년의 입장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험과 관점을 담은 글을 함께 쓰고 발표하기로 했다. 엄벌 중심의 대책이 도와주지 못한 나의 학창시절 경험을 이야기한다. 현재 청소년의 입장에서 지금의 사태가 어떻게 보이는지, 성소수자에게 학교란 무엇인지, 학교에서 페미니스트로서 살아가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 차별이 나쁜 것이라 가르치는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학생들을 집단으로 바라보고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학교 교육의 문제에 대해 말할 것이다. 우리의 말하기를 시작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존중받기를 바란다.

 

1) 교육부,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 2020년 1월 14일. ‘우범소년 송치제도’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높다고 여겨지는 청소년을 소년 보호 재판에 송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위기청소년, 시설보호청소년에 대한 차별적이고 자의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등 인권 침해 소지가 높아 국제기구와 시민사회로부터 폐지 요구를 줄곧 받아 오고 있다.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