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부산지부] 형식적인 동아공고의 학교 규정 개정 절차를 방관한 부산시교육청은 반성하라!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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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형식적인 동아공고의 학교 규정 개정 절차를 방관한 부산시교육청은 반성하라!


○ 진일보한 학교 규정 개정을 환영하는 한편, 형식적인 규정 개정 절차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 소극적으로 동아공고 학교 규정 개정 절차를 관리감독한 부산시교육청은 반성하라!


 올해 1학기부터 동아공고 재학생들은 머리 길이 단속, 염색·펌 금지, 체육복 등·하교, 휴대전화 수거 등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규제들에 저항해왔다. 재학생 일부는 아수나로에 가입하여 '동아공고 소모임'을 꾸렸고,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의 학생인권 보장 요구안(△ 머리 길이 규제 중단 △ 펌 규제 중단)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교생 25%에 달하는 105명이 동참했고, ‘학교 생활 규정 제·개정위원회’(개정위원회)가 꾸려졌다. 학교 구성원 대상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통한 학내 논의가 이뤄졌고, 최근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개정안이 의결됨으로써 마침내 학교 규정은 바뀌었다.


이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동아공고 소모임은 본 입장문을 통해 학교 규정 개정을 환영하는 동시에, 한 학기가 지나서야 규정이 개정되는 상황을 야기한 학생인권 문제에 대한 부산시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를 규탄하고자 한다.


▣ 학교 생활 규정 개정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비중있게 고려되었는가?

① (개정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교사와 학부모는 각각 3인과 2인이 참여하는 데에 반해, 그 둘의 합인 5인보다 적은 2인의 학생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보통 학부모와 교사 위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고, 학생이 학교 생활 규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임을 고려했을 때, 학생 위원의 수는 교사와 학부모보다 비중있게 배치되는 것이 적절했다. 실제 회의록을 보면 학생 위원 1명이 빠졌는데도 회의를 진행하는 등 학생의 의견은 주요하게 고려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② (6월 3일 시행된 학부모·교사·학생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의 문안은 부적절했다) 두발과 관련한 질문을 보면, 객관식 보기 1번은 “두발은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단정하게 유지하며, 건강을 위해 펌과 염색은 할 수 없다”, 2번은 “건강을 위해 펌과 염색은 할 수 없다”로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단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넣느냐 빼느냐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염색과 펌이 모두 허용되기를 바라는 학생들은 모두 3번(기타) 의견에 주관식으로 답변해야 했다.

③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들의 답변을 규정 개정안에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개정된 규정을 보면, 두발에 관한 규정이 “두발은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단정하게 유지하며, 건강을 위하여 염색은 할 수 없다”로 개정되었다. 반면 실제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단정하게 유지”(1번)보다는 해당 문구를 빼자(2번)는 응답이 6%p 가량 많았다. 또한 기타(3번)으로 응답한 45.2% 학생 중 다수가 염색과 펌을 모두 허용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④ (7월 11일 진행된 공청회는 형식적이고 비민주적이었다.) 공청회는 개정위원회가 마련한 생활 규정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공론장이었다. 그러나 학생회 임원이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는 진행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고, 참석했던 학생회 임원들도 당일에서야 개정안 내용을 종이로 받아볼 수 있었다. 또한 공청회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에 발언한 이들은 모두 학부모였으며, 그 발언 내용은 모두 흡연 규제 강화에 관한 것이었다. 실제 학생들이 불합리함을 느꼈던 학교 규정에 대해서는 다룰 수조차 없었다.


▣ 졸속으로 진행된 학교 생활 규정 개정 절차를 방관한 부산시교육청은 반성하라

개정위원회는 학생 참여가 온전하게 보장되지 않았고, 설문조사와 공청회는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동아공고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식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왔고, 비합리적인 조치들을 반복해왔다. 심지어 시교육청의 요청으로 약속된 학교 측과 동아공고 소모임 사이의 간담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재학생 요구안이 담긴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협박 공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태도는 ‘방관’의 연속이었다. 학생의 인권이 침해된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민원사항 내지는 학교 규제를 얼마나 느슨하게 혹은 엄격하게 적용할 것인지를 둘러싼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으로 바라보고 문제해결에 임해왔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동아공고 측에서 간담회 취소 및 현수막 철거 협박 공문을 동아공고 소모임에 발송하는 와중에도 ‘간담회 (...)를 통해 서로 이견의 간격을 줄여나가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 공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105명의 서명 참여와 그 과정에서 파악된 인권침해 사례 제보들을 바탕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해도, 시교육청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교칙을 바꾸겠다는 학교 측의 변명과 거짓을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교 생활 규정 개정이 졸속으로 진행된 배경에는 교육청의 방관과 소극적인 조치가 있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는 3월부터 학생들이 요구해온 <학생인권 보장 요구안>의 내용은 모두 수용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우려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학교에 반인권적 생활 규정이 잔존해 있고, 학생들의 인권침해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시교육청의 태도가 지금과 동일하다면 학생인권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학생인권의 보장 여부를 학교 내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말장난을 멈추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개입으로 학생 생활 규제에 있어 반인권적인 행위는 모두 금지해야 한다. 더 나아가 두발·복장의 완전한 자유, 휴대전화를 쉬는시간에는 사용할 권리 등 학생인권은 결코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 8. 17.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동아공고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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