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단체 공동 논평]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지지한다
- 9월 4일 단체행동, 교육부는 금지하거나 처벌하지 말라
수많은 교사들이 지난 7월 말부터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 ‘독박교실’에 몰리지 않고 학교가 함께 책임지고 협력하는 교육 환경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교사단체 등은 9월 4일, 자살한 초등 교사의 49재에 맞춰 집단연가·병가 등을 내고 추모집회에 참여하는, 일종의 단체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일부 학교장들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을 두고 교육부나 몇몇 교육감, 학교장 등은 ‘단체행동은 징계 대상’이라며 위협하고 막으려 들고 있다. 우리는 교사들의 헌법적 권리인 단체행동권 행사를 지지한다. 특히 학생의 ‘학습권’을 들먹이며 교사들의 권리 행사를 억누르려는 것에 반대한다.
현행법상 교사들은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로, 교사라고 해서 이를 원천금지당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연가 신청 등 우회적 방법을 통해 노동을 멈추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들이 택한 단체행동의 한 방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현재 교사 집단이 내놓고 있는 주장 중 일부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으며, 그중에선 학생인권과 교사의 의무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와 무지가 엿보일 때도 있다. 가령 학생인권 신장 탓에 교사들이 힘들어졌다는 인식이나, 아동학대 관련 법 적용에서 면제해달라는 요구 등은 타당성이 없다. 특히 교육부나 교육감들이 교사들의 목소리를 동력 삼아 ‘교권 강화·회복’을 위해서라며 학생인권 침해를 허용하는 고시를 추진하고, 막무가내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후퇴시키려 드는 행태는 학생인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나, 일부 의견의 해악과 악영향에 대한 평가는 단체행동권 행사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단체나 집단의 주장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해롭다고 해서 그들의 언론·표현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를 박탈하자고 해선 안 되듯이 말이다. 또한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와 그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논의하는 일 역시 별개여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교사들의 파업이나 단체연가투쟁 등을 가로막는 데 학생들의 ‘학습권’이 구실로 쓰이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학생의 교육권은 교육에 대한 포괄적 권리이며, 몇 차례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학사일정이 변경된다고 그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고 하는 게 부당함과 마찬가지다. 학생의 교육권을 이처럼 경직되고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의 인권이 동료 시민들의 마땅한 권리 행사를 억압하는 핑계가 되는 것은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교육권의 가치도 훼손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와 별개로, 일부 학교의 재량휴업 시행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합당하고 평등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학생이 잘못된 교육 제도 탓에, 입시 경쟁을 비판하면서,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학교 탓에 죽음에 이르렀을 때, 다수 학교들이 휴업을 시행하고 애도한 적이 있었던가. 과거 명백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교육제도에 의한 죽음이었던 고등학생운동 열사들에 대해 폄훼하고 모욕했던 학교들과 교육당국도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교사들이야 자신들의 동료의 죽음에 관해 당연히 행동에 나설 수 있겠지만, 학교가 어떤 교사의 죽음에만 휴업을 한다면 이는 교사만을 학교 구성원으로 여긴다는 말, 그리고 교사 중에서도 다른 교사들에게 공감받는 죽음만을 애도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애도할 수 있는 학교, 사회적 사건 앞에 멈출 수 있는 학교를 요구해왔고 이번 경우 역시 휴업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 기준과 절차가 민주적이고 평등한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지지하며, 정부가 이를 징계하거나 불이익을 주려는 것을 규탄한다. 또한 정부가 학생인권 공격에 열중하지 말고, 교사의 노동3권과 정치적 권리 보장, 교육 환경 개선에 주력할 것을 요구한다. 교사도 학생도 파업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더욱 인권적인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후일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을 돌아봤을 때, 후퇴와 반동의 계기가 아니라 개혁과 인권 신장의 계기로 평가할 수 있길 바란다.
2023년 8월 28일
교육공동체 나다, 어린보라 : 대구 청소년 페미니스트 모임,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전북청소년인권모임 마그마, 청소년녹색당,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투명가방끈
[청소년단체 공동 논평]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지지한다
- 9월 4일 단체행동, 교육부는 금지하거나 처벌하지 말라
수많은 교사들이 지난 7월 말부터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 ‘독박교실’에 몰리지 않고 학교가 함께 책임지고 협력하는 교육 환경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교사단체 등은 9월 4일, 자살한 초등 교사의 49재에 맞춰 집단연가·병가 등을 내고 추모집회에 참여하는, 일종의 단체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일부 학교장들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을 두고 교육부나 몇몇 교육감, 학교장 등은 ‘단체행동은 징계 대상’이라며 위협하고 막으려 들고 있다. 우리는 교사들의 헌법적 권리인 단체행동권 행사를 지지한다. 특히 학생의 ‘학습권’을 들먹이며 교사들의 권리 행사를 억누르려는 것에 반대한다.
현행법상 교사들은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은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로, 교사라고 해서 이를 원천금지당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연가 신청 등 우회적 방법을 통해 노동을 멈추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들이 택한 단체행동의 한 방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물론 현재 교사 집단이 내놓고 있는 주장 중 일부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으며, 그중에선 학생인권과 교사의 의무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와 무지가 엿보일 때도 있다. 가령 학생인권 신장 탓에 교사들이 힘들어졌다는 인식이나, 아동학대 관련 법 적용에서 면제해달라는 요구 등은 타당성이 없다. 특히 교육부나 교육감들이 교사들의 목소리를 동력 삼아 ‘교권 강화·회복’을 위해서라며 학생인권 침해를 허용하는 고시를 추진하고, 막무가내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후퇴시키려 드는 행태는 학생인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나, 일부 의견의 해악과 악영향에 대한 평가는 단체행동권 행사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단체나 집단의 주장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해롭다고 해서 그들의 언론·표현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를 박탈하자고 해선 안 되듯이 말이다. 또한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와 그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논의하는 일 역시 별개여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교사들의 파업이나 단체연가투쟁 등을 가로막는 데 학생들의 ‘학습권’이 구실로 쓰이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학생의 교육권은 교육에 대한 포괄적 권리이며, 몇 차례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학사일정이 변경된다고 그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라고 하는 게 부당함과 마찬가지다. 학생의 교육권을 이처럼 경직되고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의 인권이 동료 시민들의 마땅한 권리 행사를 억압하는 핑계가 되는 것은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교육권의 가치도 훼손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와 별개로, 일부 학교의 재량휴업 시행에 대해서는 그 기준이 합당하고 평등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학생이 잘못된 교육 제도 탓에, 입시 경쟁을 비판하면서,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학교 탓에 죽음에 이르렀을 때, 다수 학교들이 휴업을 시행하고 애도한 적이 있었던가. 과거 명백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교육제도에 의한 죽음이었던 고등학생운동 열사들에 대해 폄훼하고 모욕했던 학교들과 교육당국도 제대로 반성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교사들이야 자신들의 동료의 죽음에 관해 당연히 행동에 나설 수 있겠지만, 학교가 어떤 교사의 죽음에만 휴업을 한다면 이는 교사만을 학교 구성원으로 여긴다는 말, 그리고 교사 중에서도 다른 교사들에게 공감받는 죽음만을 애도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애도할 수 있는 학교, 사회적 사건 앞에 멈출 수 있는 학교를 요구해왔고 이번 경우 역시 휴업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 기준과 절차가 민주적이고 평등한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교사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지지하며, 정부가 이를 징계하거나 불이익을 주려는 것을 규탄한다. 또한 정부가 학생인권 공격에 열중하지 말고, 교사의 노동3권과 정치적 권리 보장, 교육 환경 개선에 주력할 것을 요구한다. 교사도 학생도 파업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더욱 인권적인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후일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을 돌아봤을 때, 후퇴와 반동의 계기가 아니라 개혁과 인권 신장의 계기로 평가할 수 있길 바란다.
2023년 8월 28일
교육공동체 나다, 어린보라 : 대구 청소년 페미니스트 모임,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전북청소년인권모임 마그마, 청소년녹색당,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권모임 튤립연대, 투명가방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