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성명교권보호국으로 교사 보호 안 된다! - 드라마 <참교육> 식 교권국 신설을 우려하는 청소년·양육자·인권 단체 공동 기자회견

2026-06-30
조회수 646

bfc76eaacf9c3.jpg




드라마에서 교육을 찾지 마라!

-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의 드라만 <참교육> 식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구상 강력히 규탄한다.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부터 경기 교육 나아가 공교육 전체를 후퇴시킬 발언과 정책 구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안 당선인은 지난 1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해병대·특수부대 출신 교육활동 감독관’을 포함한 ‘교권보호국’ 신설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자칭 진보교육감이 드라마 속 초법적·폭력적 해결 방식에서 교육 정책의 방향을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안 당선인의 발언에 따르면 교권 보호가 마치 물리력과 제압, 감시와 통제의 문제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교육행정의 책임자가 학교 현장의 갈등을 폭력적 상상력으로 설명하는 순간, 학교 구성원 사이의 신뢰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 〈참교육〉은 사회적 부조리를 건드리는 듯하면서도, 촉법소년 제도에 관한 과장된 왜곡, 여성의 성폭력 고발을 무고로 처리하는 에피소드, 체벌 금지 인권 단체를 비난하는 장면 등 반민주적인 인식을 서슴없이 담고 있다. 교육감 당선인이라면 이 드라마의 위험성을 먼저 경고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안 당선인은 드라마 방영 이틀 만에 이를 자신의 치적 홍보 수단으로 삼더니, 열흘도 채 되지 않아 경기도형 교권보호국 설립을 제안했다. 이 같은 속도전은 안 당선인의 발언이 교육적 숙고가 아닌 정치적 계산의 산물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 교육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교권 실추’와 ‘교실 붕괴’라는 말은 이미 1980~90년대부터 나왔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의 갈등은 단편적이지 않다. 명확한 악의에서 비롯된 것보다 의도하지 않은 오해, 서로 다른 기대의 충돌, 지원받지 못한 위기 학생과 소진된 교사가 뒤엉킨 복합적 관계 갈등이 훨씬 많다. 2024년 교원인권실태조사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교사의 65%가 관리자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저년차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학급을 배정하고, 여성 교사를 얕잡아보며, 법정 인원을 초과한 학생을 특수교실에 배치하고도 모른 척하는 교육청과 정부의 무책임이 교사의 고통을 가중시켜 왔다.

학생 역시 안전하지 않다. 2025년 10대 자살 사망자는 396명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으며,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학교 적응의 어려움, 심리·정서적 고통, 사회적 고립, 진로 불확실성이 공통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학생을 '괴물'로, 학부모를 '악성 민원인'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담론은 이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가짜뉴스일 뿐이다.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안 당선인이 제안한 교육활동보호국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수십 년 전 억압과 통제로 ‘조용한’ 학교를 만들려 했던 시도가 수많은 문제를 낳으며 사장되어 온 공교육 역사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권위 있는 특수부대 출신 감독관이 교실에 들어온다고 해서 학생과 교사 사이의 신뢰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숨막히는 위계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을 가르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 학부모의 참여는 서로 빼앗는 관계가 아니다. 학교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제압해야 유지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교원·학부모가 함께 신뢰를 회복해야만 작동할 수 있는 공동체다.

 더욱이 교권 강화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률과 제도는 이미 다수 도입되어 있다. 교육활동 침해 대응, 피해 교원 지원, 악성 민원 대응, 정당한 생활지도 보호 등 교사단체가 요구한 다양한 제도가 법제화·정책화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름의 조직을 또 하나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도입된 제도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하는 일이다. 드라마를 본 소감처럼 시작된 발언이 곧바로 교육행정의 핵심 정책처럼 제시될 때, 교사단체들은 환영할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우려해야 한다.

 교육청이 교사를 민원의 직접 상대에서 분리해 공식 대응 주체가 되도록 하는 방안은 이미 학교폭력 사무의 교육청 이관에서 선례를 보였다. 그 결과는 교육적 개입의 실종, 법률 시장의 학교 진출, 교육의 사법화 심화였다. 같은 기조의 교육활동보호국 구상이 다른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를 시작으로 제주, 충남, 강원, 대전이 줄줄이 유사 기구 설립을 선언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학생인권조례조차 정착되지 않은 지역이다. 안 당선인이 일으킨 속도전이 학생 인권의 후퇴와 나란히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와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려면 갈등이 발생했을 때 처벌과 배제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인권의 원칙 속에서 회복과 대화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권고한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권고>가 그 이정표다. 저년차 교사에게 위험하고 과중한 업무를 맡기지 말 것, 교사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것, 위기 학생과 위기 교사를 위한 전문 지원 인력을 배치할 것, 학생의 인권과 참여권을 보장할 것 등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폭력으로 되찾은 가짜 평화 속에서는 교육도, 보호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에게 다음을 엄중히 요구한다.

첫째, '특수부대 출신 교원' 활용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공개 사과하라.

 둘째, 드라마 <참교육> 식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학생을 통제와 억압의 대상이 아닌 교육공동체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하라.

넷째, 드라마를 본떠 졸속으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 전에, 이미 도입된 교육활동 보호 제도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라.

다섯째,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고, 위기 학생·교사를 위한 전문 지원 체계 구축에 즉각 나서라.

 

드라마는 드라마여야 한다. 교사의 노동권 보호와 교육활동 보호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대립과 통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다. 교사의 권리도, 학생의 권리도, 학부모와 학교 공동체의 신뢰도 함께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경기교육감이 가야 할 방향이며, 민주적 학교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다.

 

2026년 6월 25일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녹색당,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