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청소년단체 공동 논평] 교육은 기업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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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논평] 교육은 기업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교육관, 청소년단체들의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혁신’을 주문하며 뱉은 말이 화제다. 바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교육부가 첨단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와 같은 말들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들을 보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소년인권의 견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관 그리고 교육과 인권에 대한 무지에는 문제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책 한 권 말고, 헌법과 교육기본법, 유엔아동권리협약부터 정독하기를 권한다.


교육 제도의 존재 이유는 모든 사람의 기본 인권인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국가의 교육 제도를 관장하는 교육부의 존재 이유 역시 교육 제도를 잘 운영하여 모든 사람의 교육권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는 인권을 존중, 보호, 보장하고 실현할 국가의 의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이 기업·산업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 이야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혹시 교육이 기업들을 위한 것이며 교육권이 기업의 권리라고 착각하고 있는가?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산업과 국가경제의 일부로서 ‘인적 자원’이 되어 공급되어야 할 존재로 보는가?


교육권의 실현이란, 교육을 통해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인권을 증진시키고, 사람들이 자신의 인격과 재능을 성장시키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은 다른 영역에 의해 도구화되지 않고 인간의 성장·발달 자체를 목표 삼아야 한다. 때문에 헌법은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을 특별히 명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교육기본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선 교육의 목표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법알못’ 대통령이 여기에서라도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부 인용한다.)


「교육기본법」 제2조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9조 1. 당사국은 아동교육이 다음의 목표를 지향하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가. 아동의 인격, 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

나. 인권과 기본적 자유 및 국제연합헌장에 규정된 원칙에 대한 존중의 진전

다. 자신의 부모, 문화적 주체성, 언어 및 가치 그리고 현 거주국과 출신국의 국가적 가치 및 이질문명에 대한 존중의 진전

라. 아동이 인종적·민족적·종교적 집단 및 원주민 등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 평화, 관용, 성(性) 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유사회에서 책임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준비

마.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의 진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과연 이런 법을 읽어 보기나 했는지 의심이 들게 한다. 대통령은 법과 원칙, 법치주의를 자주 입에 올리지만, 정작 헌법과 국제법, 교육법에 규정된 교육의 목표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취임사에서 수십 번 ‘자유’를 말했지만,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활과 진로에는 관심이 없고 기업들의 수요에 맞춘 교육 정책을 펼 모양이다. 우리는 교육권을 비롯해 학생의 인권 보장에는 도무지 의지가 없어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은 국가 경제 성장이나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교육은 경쟁을 통해 개인의 계급 이동과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도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너무나 오랫동안 교육이 국가와 산업의 도구로, 경쟁의 장이자 출세의 도구로만 여겨져 왔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라 칭했던 예는 이런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고 널리 퍼져 있는 것인지 보여 준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식한 발언에 대해 전 국민적 공분과 지탄이 일지 않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교육을 전혀 교육적이지 않게 바라보고 운영해온 한국의 역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밑에 깔려 있다.


대통령의 이번 설화(舌禍)가 우리 모두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읽어보고,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목표와 이유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청소년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산업에 필요한 인재가 되라고 하는 정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정부일 것이다. 우리 청소년단체들은, 윤석열 정권이 인재 운운하기 이전에 학생인권 보장, 경쟁-서열화 교육 폐지 등 모든 사람의 보편적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2022년 6월 20일

투명가방끈,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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