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성명] 졸면 안되냐? -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 시행에 부쳐

20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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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졸면 안되냐?

-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 시행에 부쳐


 지난 22일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이 23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추가됐다. 또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따르지 않은 학생의 경우 교내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내봉사부터 퇴학까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교사에게 교실 생활 지도권, 질서 유지권을 부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학생에게, 나의 몸이 교문을 지날 때, 복도를 거닐 때마다 숱하게 훑어지고 감시당해도 괜찮은 몸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내게 폭언을 하고 소리를 지를 때, 마음대로 옷깃이 잡히고 끌어당겨질 때, 그것이 얼마든지 “생활 지도” “질서 유지”를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내용이라면 괜찮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학생의 몸은 함부로 다뤄져도 된다는 선언을 교육부가 나서서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질문한다. 긴 수업이 지겨워서 잤는데, 왜 징계를 받아야 하는가? 내가 입고 싶어서 입었는데, 왜 걸려야 하는가? 부당한 복장단속, 입시 경쟁에 따른 주입식 교육을 거부하는 몸짓은 왜 “생활지도”를 받아야 하는가? 애초에 교사는 왜 학생에게 그들의 용모부터 학습 시간까지 일일이 주어진 획일적 기준에 따라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입시 경쟁을 위한 교육이 아닌, 학생들을 간편히 통제하기 위한 교육이 아닌, 학생이 원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대안적 교육을 함께 상상하는 동료로서 교사는 학생들과 학교 현장에서 연대할 권리가 있다. 함께 학생들을 통제하려고만 하는 학교에 저항하고, 교사 역시 학생인권에 지지하며 학생들 곁에 설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이번 개정안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모욕적이다.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학생에게 지도는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교사가 학생에게 지도를 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을 때, 위태로워진 교권을 살리는 일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위해 학생 각개의 생활유지권을 무너뜨리는 일은 완전히 주객전도다. 으레 그래왔듯 학생을 교칙의 존립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학생 인권에 대한 인식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각개의 학교는 모두 학생-교사-학교장의 구조로 서열화된 공간으로 전락한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교육도, 어떠한 생활도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


 교권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교권 강화를 위한 생활 지도권을 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학생 개개인을 그저 통제의 대상자로, 교사 개개인을 그저 통제의 책임자로 위치시킨다. 결국 학교가 교육 공동체로서 기능하기를 포기하라는 명령, 학교 안의 일상들을 함께 고민하고 나눠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우리는 꿋꿋이 요구한다. 우리의 몸이, 삶이, 시간이 온전히 그 자리에 있는 학교를 원한다. 교사로부터 폭력적인 시선, 언행을 경험했을 때, 사법의 힘을 빌려 사건을 처리하느라 진을 다 빼기보다도, 그 자리에서 문제제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학교를 원한다. 학생의 “대듦”이 받아들여지는 학교를 원한다. 무너진 것은 교권이 아니라 공동체로서의 교육이다. 추락하고 있는 것은 이번 개정안이 보여주듯 다름아닌 학생인권이다. 학교 현장이 교육 공동체로서 존재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학생인권법 제정이다.


“초·중·고등학교 도합 12년을 범죄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에 반대한다”


2023. 3. 27.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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