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감시는 감시일 뿐이다 (2018.5.8)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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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는 감시일 뿐이다


“앞으론 경찰관이 영장 없이도 실종 아동의 인터넷 접속 기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종 아동 수사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월 22일자 기사에 나온 내용이다. 경찰청은 이 개정법률을 4월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말하며 가출 및 실종 아동의 조기 발견을 기대한다고 발표했으며,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우호적인 분위기이다. 하지만 탈가정 청소년들의 얼굴은 더 어두워져만 간다. 개정법률을 통해 실종 아동의 인터넷 접속기록, 위치 정보 등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범죄로 인한 실종 아동을 찾는다기보다는 “가출”(탈가정) 청소년들을 찾아서 잡아내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 개정법률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개정된 법률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권리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서 가장 기본적인 청소년의 인권은 고려되지 못했다. 국가에 청소년이라는 존재는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인권” 정도는 침해당해도 상관없는 존재인가. 과연 “보호”가 진정 보호인지도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법에는 ‘친권’과 ‘거소지정권’이라는 것들이 있다. 원래 이 법은 ‘가족 모두가 호주(주로 아버지)가 지정하는 장소에 살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어디 살아야 하는지를 남편이 정한다는 내용은 남자와 여자를 평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1990년에 폐기되었다.


이런 방식의 “보호”는 보호라기보다는 억압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만약 이런 법률의 대상이 청소년이 아닌 비청소년, “성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실종, 가출시 영장 없이, 범죄 연관성 없이도 비청소년들의 인터넷 기록, 위치 정보를 동의 없이 뒤지는 것이 가능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자. 민주주의 국가에 가당키는 한 일이냐며, 아예 개정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런 법률을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의 의사는 상관치도 않고 실행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규탄한다. 이런 법 개정이 나오게 된 배경은 청소년들의 의사는 묻지 않고 지 청소년들의 논의를 통해서만 청소년의 삶에 관한 법이 제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의 실제 삶과 동떨어진 법안들과 청소년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개정들로 청소년들의 삶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하루빨리 국회는 시혜적인 태도로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법안을 만드는 것을 멈추고 청소년을 주체로서 인정해야 할 것이다.


4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법률에 대한 조치는 청소년의 인권은 생각하지도 않은 인권침해이므로, 정부는 즉각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대중매체가 상품화한 단란한 가정의 모습의 이면에서, 탈가정 청소년들은 오늘도 원치 않는 주거지로 돌아가 살아야 한다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불행의 달일 뿐이다.


2018년 5월 8일 어버이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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