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미성숙한 학생" 소리 좀 고만해! - 세월호 관련 활동 금지 공문에 대해, 교육부의 사과와 철회를 촉구한다 (2014.9.24)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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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학생소리  고만해!
세월호 관련 활동 금지 공문에 대해교육부의 사과와 철회를 촉구한다


지난 9월 16일, 교육부는 "최근 일부단체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공동수업 및 1인 시위 등을 계획하고 있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가치판단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중식 단식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 불허 및 엄중단속"할 것, 리본 달기에 대해 "교육활동과 무관하고 정치적 활동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학교 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공문을 각 교육청들로 보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이 보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자, 교육부는 이후 "개인이 가슴에 다는 리본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전교조의 실천 활동을 자제하라는 공문이었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교육부의 공문 내용은 주로 교원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부가 활동 불허의 핑계로 "미성숙한 학생들"을 들먹이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을 엄중단속한다고 한 것에 눈길이 간다. 이는 사실상 학생들, 청소년들의 자발적 정치 활동을 부정하고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공문은 과거 미국 '메리 베스 팅커 판결'을 연상시킨다. 당시 13세였던 팅커 씨는 베트남전쟁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 완장을 차고 등교했다가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은 팅커 씨 등 학생들의 행동이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리는 교육부가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이 판결의 교훈을 되새기길 바란다.

정부와 학교는 그동안 청소년들이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미성숙'하다며 각종 정치적 활동을 자의적으로 제한해왔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행동할 때, 아직 어리다며 무시당하기도 했고 폭력이나 처벌까지 감수해야 할 때도 있었다. 진영을 막론하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누군가에게 조종당했다고 폄하하거나, 청소년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길러낼 대상으로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소리, '미성숙한 학생' 운운하는 소리를 이제 좀 그만 듣고 싶다. 청소년들도 사람이고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마땅히 정치적 권리와 자유를 가진다. 교육부 등이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것은 교사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하여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학생들에게 정치적 활동을 강요하는 등의 일이다. 학생인권 보장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는 교육부가 이런 인권의식을 가지고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우리는 교육부의 이번 공문이 교사들을 통제하기 위해 '미성숙한 학생'의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학생들 핑계를 대는 것도 그렇고, 학생들을 미성숙하다고 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대단히 불쾌한 노릇이다.

말할 것도 없이, 정치는 '더러운 것'도 '비행'도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마땅히 보장받고 있는 권리이다. 학교에서도, 그리고 학생이나 청소년에게도 예외 없이 자유롭고 다양한 정치적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이처럼 정치적 다양성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지 자유를 압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비록 개인이 다는 것을 금지한 게 아니라는 해명(?)을 했더라도, 교육부는 여전히 청소년을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부가 즉각 이에 대해, 특히 청소년과 학생들을 무시한 '망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사례들을 감시하고 근절하는 것이다. 또한 9월 22일, 청소년들이 교육부의 이번 공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바 있다.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고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할 의무를 잊지 않길 바란다.


- 교육부는 학생을 미성숙하다고 무시하고 반인권적 내용을 담은 공문에 대해 사과하라!

- 교육부는 학생·청소년과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부정하는 조치를 취소하고,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라!

-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장과 정책을 발표하라!


2014 9 24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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