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교를 바꾸는 학생들의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 예일디자인고등학교 위영서 씨가 1인 시위로 얻어낸 학생인권 개선을 환영하며 (2013.12.14)

201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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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바꾸는 학생들의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 예일디자인고등학교 위영서 씨가 1인 시위로 얻어낸 학생인권 개선을 환영하며


서울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조항에 대한 보수 세력의 반발과 교육청, 교육부의 방해로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학교는 겉으로만 바뀐 체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학생인권 침해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션스쿨에서는 ‘학교의 방침’이라는 이유를 들며 학생들에게 각종 종교수업, 종교행사와 종교행위를 강요하는 등 학생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심각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위영서 씨가 다니던 예일디자인고등학교(이하 예디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예디고는 예배, 성가경연대회, 부흥회, 종교수업 등이 강제로 진행하고 있었으며,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의사를 묻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위영서 씨는 이와 같은 현실에 분노하여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1인 시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학생이 일인 시위를 시작한 지 보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학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이에 위영서 씨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예디고의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 56개 청소년, 인권, 교육,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 입장서를 발송하며 예디고의 문제를 관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예디고 측에서는 서면으로 종교수업(생활과 종교, 생활과 철학 수업)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선택제로 운영할 계획이며, 각종 종교행사 및 활동을 원하지 않는 학생이 있을 시에 대체 프로그램을 논의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1인 시위 학생을 제재하거나 질책하지 않았고,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답변으로 만족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예디고 측은 대체수업‧프로그램을 약속했지만 그에 대해 자세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세한 계획이 없다면, 예디고에서 종교의 자유를 형식적으로만 보장하며 실제로는 종교행사에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할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각종 종교행사를 원하지 않는 학생이 있을 시에’ 대체 프로그램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 그렇다. ‘학생들이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 역시 ‘학생들이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만 임시방편으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이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 채 눈 가린 채 아웅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다.


또한 예디고에서는 답변을 통해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위영서 씨가 1인 시위 등 예디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동안에 다방면에서 문제제기를 막기 위한 탄압이 이루어졌다. 면담이라는 이름을 통해 학부모가 소환되었으며, 대자보가 임의로 떼어지고, 1인 시위를 시작할 때와 맞물려 위영서 씨의 반만 등교시간이 앞당겨졌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예디고에 유감을 표한다. 답변서에 예디고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한 만큼, 예디고 측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를 촉구한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저런 걱정 속에서도 일단 예디고로부터 답변을 얻어낸 것을 축하한다. 아무리 예디고의 종교 강요 상태가 심각하더라도, 예디고에 문제제기한 위영서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었더라면 예디고의 상황은 전혀 바뀔 수 없었을 것이다. 청소년의 인권은 청소년의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 위영서 씨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증명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미션스쿨의 학생들이 용기내어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사건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에 학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대체수업 마련 등 학생의 종교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라는 학생인권조례의 의무조항이 없었더라면, 예디고 측의 답변을 얻기 위해서 위영서 씨는 더 험난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제정부터 지금까지 끊임없는 방해공작과 무력화 시도 속에 시달리면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점점 학생인권 보장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예디고의 완전한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보장의 계기가 되고, 더 나아가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낼 수많은 변화의 물결에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예디고에서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미션스쿨의 종교강요 실태를 보았을 때, 예디고에서 논란이 가라앉고 위영서 씨가 졸업하여 더 이상 당사자로서 문제제기 하기 힘들 때를 기다리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답변을 보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예디고에서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예디고에 대한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예디고에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인권은 일인시위를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학교를 거쳐간, 그리고 거쳐갈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다. 우리는 위영서 씨의 문제제기가 예디고의 실질적인 변화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예디고가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지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다. 예디고는 예디고의 교훈으로 내세운 ‘애인(愛人 - 사람을 사랑하다)’이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건을 애써 무마하는 것인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2013년 12월 14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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