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 참사가 교육에 남긴 교훈 - 교육감 선거에 즈음하여 경쟁교육과의 결별과 학생인권 보장 없이 안전한 학교란 없다. (2014.6.2)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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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교육에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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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에 즈음하여
경쟁교육과의 결별과 학생인권 보장 없이 안전한 학교란 없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 달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는 그동안 세월호에 과적된 탐욕과 부패만큼이나 무거운, 이 나라의 조직적 무책임과 지독한 반인권성을 목도해 왔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단 하나로 돌릴 수 없듯, 참사로부터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할 교훈이 하나로 수렴될 순 없다. 다만 이틀 앞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앞 다투어 학생 안전을 책임지겠다 호언장담하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 교육에 남긴 교훈을 환기해본다.


침몰한 세월호는 침몰해버린, 지금도 침몰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과 정확히 닮아 있다. 이윤을 위해 각종 안전조치를 삭제해버린 국가의 모습은 입시 효율을 위해 최소한의 학생인권 보장 조치마저 밀어내버린 탐욕의 교육과 겹쳐진다. 심야 학원교습을 제한하는 조례도, 학생인권조례도 불필요한 규제로 공격받고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그나마 있던 안전조치마저 깡그리 무시했던 선박회사는 눈치껏 또는 대놓고 학생인권을 짓밟는 학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우리는 세월호뿐 아니라 순천에서 일어난 교사의 체벌로, 진주 기숙사학교에서 일어난 학생통제형 폭력으로, 그리고 모욕과 절망 끝의 자살로 수많은 학생들을 잃었다. 학생들이 갇힌 채 야간학습을 강요당할 때, 대자보가 찢기고 징계 위협이 뒤따랐을 때, 차별과 모욕으로 휘청거릴 때, 세월호에서처럼 국가는 가해자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것이 흔히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다고 말하는 '웃음꽃 핀 교실'의 현재 모습이다. 비극적 일상을 내버려두는 한, 비극적 참사는 이미 예비되어 있다.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

이번 참사는 희생자들 중 학생들의 비율이 유난히 높았다. 이는 학생들을 권력위계 속에 편제하는 현 교육의 무능함과 체계적 훈육의 잔혹한 결과를 만천하에 드러낸 모습이었다. 입시를 위한 허약한 공부만이 허락되는 사이, 삶에 대한 지혜와 사회에 대한 통찰을 일깨울 '삶을 위한 교육'은 학교로부터 추방당했다. 전문가나 권위자의 지시에 복종하는 태도만을 훈육해오는 사이, 정부와 학교가 지시하는 대로 잠자코 가만히 있기만을 강요당해온 사이, 학생도 교사도 질문하는 힘, 판단하는 힘을 빼앗겨왔다. 희생된 학생들은 '어른들의 말만 믿고 얌전히 기다린 착한 학생들'이 아니라, '권위자의 지시와 통제에 무력화된 학생들'이었던 셈이다. 참사 이후 학생들에게는 애도할 여유도, 애도할 자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교사들의 입과 손발에도 족쇄가 채워졌다. 숨은 붙어 있으되 사회적 생명체로서의 존엄은 빼앗긴 공간, '가만히 있으라'는 통제만 넘실대는 공간, 잘못된 지시와 권위를 의심할 자유를 빼앗긴 공간, 학교는 과연 안전한가.

수학여행을 금지해 학생들의 발을 묶고, 안전 점검과 안전 교육을 아무리 강화한들 비극을 멈출 수는 없다. 이번 세월호 참사가 가르쳐준 교훈은 스스로 판단할 자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자유가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해병대 캠프 참사 역시 학생들에게 원치 않는 캠프를 거부하고 위험한 지시를 거부할 자유가 보장되었다면 피할 수 있던 사고였다. 안전할 자유, 그것의 다른 이름이 학생인권이다. 교육에 의해 목숨을 잃고 상처받는 학생들의 비극적 일상 역시 진정한 학생 안전 대책이라면 학생인권정책을 포함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희생된 학생들에 대한 범사회적 애도가 학생인권에 대한 지지로 화답되어야 할 이유다.


학생인권 정책에 대한 국가의 악의적 훼방을 여러 해 목도해 온 지금, 국가를 향해 다시금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고 학교를 제대로 감독하라 요구한들 먹힐지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여전히 국가의 의무를 촉구하는 동시에 스스로 변화를 일굴 자유와 책임이 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시민들이 일군 결실 가운데 하나다. 경쟁교육과의 결별과 학생인권 보장 없이 안전한 학교란 없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교육에 알려준 교훈이 교육감 후보들을 검증하고 향후 교육정책을 견인해낼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학생·청소년이 아닌 분들을 포함하여 세월호 희생자들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일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6월 2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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