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학생인권 제한하는 '전남교육공동체 인권조례' 제정을 중단하고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전남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 (2011.10.6)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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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제한하는 '전남교육공동체 인권조례' 제정을 중단하고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전남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


전라남도교육청(이하 도교육청)은 지난 8월 24일, 25일 이틀에 걸쳐서 ‘전라남도교육공동체 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이 공청회 자리에서 ‘전라남도교육공동체 인권조례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는 이 조례가 이름은 ‘교육공동체 인권조례’이지만 학생인권에 대한 보장 수준이 ‘학생인권조례’라는 이름을 가진 타시도 어느 조례에 미달하지 않는 초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기로 전원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전남조례팀에서 이 조례안을 분석한 결과, 이 조례안이 공청회 자리에서 발표된 초안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학생인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는 조례안에서 학생인권을 제대로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학생인권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독소조항들을 여러 군데 발견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최악의 독소조항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바로 다음 조항이다.


제 25조(권리의 제한) 학생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자신의 권리의 행사를 위한 전제임을 인정하고, 교육목적상 자신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조례안을 살펴보던 우리는 여러 독소조항들을 발견하였지만, 이 25조(권리의 제한)은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독소조항이었다. 이 조항을 본 우리는 도대체 조례안 제정에 관여했던 분들이 ‘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을 잘 파악하고 이 조례를 만들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인권’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명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권은 누구나 누려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권리, 여기서 더 후퇴해서는 안 되는 권리이며, 인권의 유일한 조건은 ‘인간’ 단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조항은 이런 인권의 기본 정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우리는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기본권인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항이 버젓이 ‘인권조례’라 이름이 붙은 법 초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조례안에서는 이 ‘교육목적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즉 조례 초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학교와 교원들은 자의적으로 ‘교육목적상’ 학생의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 조항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학교나 교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직, 간접적인 체벌을 할 수 있다.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의 두발을 단속할 수 있다.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규교과 외의 0교시, 자율학습, 보충수업을 학교로부터 강요받을 수 있다.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은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는 선언과 서약서, 반성문을 강요받을 수 있다.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로 학생은 교내외의 사회와 민주주의에 관심 끄고 닥치고 입시공부만 하라는 강요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교육목적상’이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게 되는 감정인 우정과 사랑까지 억압할 수 있는 최악의 독소조항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독소조항 25조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25조 말고도 ‘전남교육공동체 인권조례’는 많은 독소조항들과 학생인권을 위해 필요한 몇몇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다. 이런 ‘전남교육공동체 인권조례’의 문제점은 아수나로에서 이 성명서 발표 이후에도 또 다른 성명서와 교육청 의견서, 언론 보도자료 등으로 발표할 것이다. 정작 우리가 이번에 성명을 발표하고자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런 독소조항들이 버젓이 ‘인권조례’에 들어가게 된 것은 ‘교육공동체 인권조례’라는 명칭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이 조례는 전제부터 잘못 잡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우리는 조례안을 만드는데 관여한 자문위원회 분들에게 이 성명서를 빌어서 공개적으로 묻고자 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서로 상충되는 관계인가? 그렇기 때문에 교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인권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조항들을 넣었는가?


우리가 주장하고자 하는 학생인권은 학생에게 없던 권리를 새로이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다. 학생,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그 동안 금지되어왔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 즉 인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그동안 나이가 어리고, 미성숙하다고 금지되어왔던 학생인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청소년은 공부기계가 아니다. 친권자의 소유물도 아니다. 미래의 자원도 아니다. 청소년도 오늘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런데 자문위의 일부 위원들은 이런 학생인권이 교권을 침해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럼 묻겠다. 조례안을 만드는 데 관여한 분들께서 이런 독소조항들을 집어넣으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교권은 무엇인가? 그 교권은 학생의 기본권인 인권을 짓밟아야 유지될 수 있는 권리인가? 교권은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 위에서 군림하는 권리인가? 대한민국에서의 학생은 ‘모든’ 국민에서 제외되는가? 교육자들, 교육행정가들, 자문위원들 맘대로 헌법과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교문 앞에서 멈추게 할 수 있는가?


우리는 학생인권을 억압하는 교권은 위헌이고 당연히 사라져야 하는 악습이라고 선언한다. 우리는 학생인권과 충돌하지 않는 교사의 교육적인 권한이야말로 진정한 교권이라고 본다. 몇몇 교사들과 기성세대 분들은 학생이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교사의 권리는 이미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과 ‘교육기본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거기에 일부 학생들이 저지른 교사 인권 침해 사례 때문에 전체 학생들의 인권이 제한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위헌적인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정 세대, 특정 계층, 특정 지역의 범죄율이 높다고 그 집단 전체의 인권을 제한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면서, 왜 학생에게만 이 굴레를 씌우려고 하는 것인가? 일부 문제교사들 때문에 교사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건 말도 안 되면서, 학생들은 말이 된다는 말인가?


이에 우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주장한다. 우리는 조례안 초안에 있는 몇몇 독소조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전남교육공동체 인권조례’라는 이름으로 학생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인 학생인권에 단서조항을 붙인 것에 대해 전라남도교육청과 전남교육공동체인권조례 자문위원회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교육주체별 권리와 책임사항을 명확히 규정한다는 미명하에 학생의 인권을 제한한 ‘전라남도교육공동체 인권조례’는 인권 약자인 학생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전라남도학생인권조례’로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관계당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전라남도교육청은 학생인권 제한을 명시한 ‘전남교육공동체 인권조례’ 추진을 중단하라.

둘. 전라남도교육청은 실질적으로 학생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전라남도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


2011. 10. 6.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전남조례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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