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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탈가정 청소년이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위험한 삶이 문제다.

아수나로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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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창원시는 여성 청소년 전용 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 9월부터 마산회원구 합성동에 짓기 시작할 계획이었다. 지금 창원에 있는 쉼터 세 곳 중 두 곳이 남성 청소년 전용이라 여성 청소년이 갈 수 있는 쉼터는 한 곳뿐이며, 이조차 최대 7일까지 밖에 못 지내는 일시 쉼터이다. (쉼터는 크게 일시, 단기, 중장기 세 개의 종류가 있는데, 일시 쉼터는 최대 7일, 단기 쉼터는 3개월에서 9개월, 중장기 쉼터는 3년 이내로 거주할 수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창원에 여성 청소년 단기 쉼터 설립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 시작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근처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이 쉼터 이용자들의 흡연, 연애 등을 접하고 모방하게 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현재 주민들은 청소년 쉼터 반대 서명을 모으는 중이며, 8월 30일까지 약 900명의 서명을 모았고 9월 중에도 계속 서명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청소년 쉼터를 짓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쉼터에 머무는 청소년은 어딘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당연히 문제가 있다. 많은 탈가정 청소년들이 당장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거리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일을 구하려 해봐도 나이가 어리거나 부모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고용하지 않으려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많은 탈가정 여성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통해 거처를 구하고, 위험하게 돈을 벌게 된다. 그 전에, 수많은 청소년들이 가정폭력을 참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매 해마다 체벌로 사망하는 청소년이 있고, 가정 내 체벌은 매우 더디게 감소하고 있다. 청소년정책연구원(2018)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부모님(보호자)으로부터 신체적 벌을 받은 경험은 초등학생 32.8%, 중학생 29.7%, 고등학생 17.7%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부터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정서적 학대, 성폭력 등은 통계도 되지 못하고 있다. 위기 청소년은 따로 없다. 모든 청소년이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안전한 삶을 보장받기는커녕 위험한 삶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데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말하겠는가.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 집을 나왔다는 건, 안전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며 '나도 살고 싶다'라는 큰 외침이다. 탈가정 청소년들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폭력 등의 문제에 대해 국가가 제대로 개입하지 않고 청소년들을 위험 속에 방치하는 구조, 취약한 처지의 청소년일수록 더 위험한 환경에서 낮은 임금으로 노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의 사회 문제이다.

 

청소년 쉼터 설립을 반대한다는 건 곧 탈가정 청소년의 존재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 내 자녀 주변에서 보이지 않게 사라졌으면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누군가의 존재에 대해 반대할 권리는 없다. 반대 주민들은 불량한 청소년들로부터 선량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든 청소년이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삶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가 할 일은 청소년의 삶을 보는 것이다. 왜 집을 나와야만 했는지 궁금해 하고, 어떤 삶을 살아야 했는지 듣는 데 집중하고,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거리에 산다고 해서 문제없던 청소년이 갑자기 불량한 문제아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늘 있어왔지만 사람들이 그 문제를 오랫동안 외면해 온 것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 외면과 편견을 거두고 어떻게 해야 모든 청소년이 안전한 곳에서 지낼 수 있을지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창원시가 쉼터를 지을 의지가 있고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노력할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창원시의 발언에서 문제의식과 우려를 느낀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창원시는 반대 주민들에게 '쉼터에는 24시간 관리자를 두고 있어 학부모들이 염려하는 부분을 지도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며, '쉼터 이용 학생들은 학업이나 생업을 이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들보다 더 빨리 나가고 더 늦게 들어올 것이므로 학부모 염려처럼 초등학생들이 지나 다닐 때 부딪힐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탈가정 청소년은 마주쳐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니며, 24시간 지도라는 이름으로 감시하거나 통제할 대상도 아니다. 쉼터는 격리 시설이 아니다. 청소년 쉼터가 지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쉼터가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게끔 하는 것에도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탈가정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혐오, 차별을 없애는 것은 우리의 문제다. 더 많은 쉼터,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안전한 쉼터가 필요한 것도 우리의 문제다. 우리는 창원에 들어설 새로운 여성 청소년 단기 쉼터를 환영한다. 그리고 반대 주민들에게는 모든 청소년의 안전한 삶을 위해 탈가정 청소년에 대한 편견과 배제를 멈출 것을, 창원시에는 빠른 시일 내에 예정대로 쉼터를 짓고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한다.